이색혼수 화제뿌린 김성영교수-자녀결혼식에 자작시집 선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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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1면

큰아들과 딸,남매를 합동으로 시집.장가 보내면서 아버지가 자녀를 위한 기념시집 2권을 출간,당사자는 물론 결혼식에 참가한하객에게 선사하는 간소하고 이색적인 결혼식이 열려 화제다.
화제의 가정은 성결교신학대 교수이자 시인인 金成榮씨(48)가정.金교수는 25일 오후1시30분 서울정동 CCC회관에서 큰아들 泰星씨(27)와 외딸 賢星씨(25)의 결혼식을 합동으로 치렀다. 25일은 원래 오빠 泰星씨와 신부 權景洙씨(26)의 결혼식으로 오래전부터 예정돼 있었다.
그러나 프랑스 베르사유 미술대학에 유학중인 동생 賢星씨가 방학을 이용해 귀국,10월초 출국을 앞두고 같은 학교에 재학중인신랑 朴東洙씨(29)와 결혼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따라서 촉박한 시일에 두번의 결혼식을 치르느니 합동으로 결 혼식을 올리는것이 어떻겠느냐는 金교수의 제안으로 전격적으로 이뤄졌다.
비슷한 기간에 두번의 결혼식을 하는 것이 비용도 많이 들뿐 아니라 일종의 허례허식이며 합동결혼식을 하면 무엇보다 하객들이시간.경제적 부담을 줄일수 있다는 金교수의 말이 설득력을 가졌던 것이다.
때맞춰 金교수는 결혼하는 아들을 위한 詩란 부제가 붙은『별아,밝히곰 빛나거라』,딸에게 주는『나의 그리움에게』(이상 성서간행사刊)란 두권의 기념시집을 발간했다.
평소 아들과 딸을 기르면서 틈틈이 써온 시들과 결혼으로 새출발하는 자녀들에게 당부하는 시,아내가 남편에게 남편이 아내에게해야할 도리등을 서술한 잠언시,결혼을 축하하는 시등 각 50여편을 한데 묶었다.
시에는 자녀의 결혼을 축하하면서 동시에 부모로서 다 못한 아쉬움과 앞으로 바른길로 가기를 기도하는 父情이 잔잔히 배어있다. 『돌아보니/하나님께서 저희들에게 맡겨주신/사랑하는 아들,딸에게/좋은 아비와 어미가 되지 못했다는/아쉬움과 후회만이/지워지지 않는 발자국으로 남아있습니다//(중략)믿음으로/정녕 홀로서서/소망으로 바른 길 걸으며/사랑으로 작은 일이 라도 바로 하기를 기도하면서』(祝詩).
출가하는 자녀들에게 무엇을 물려줄 것인가를 곰곰이 생각한 끝에 자식에게 물려줄수 있는 것은 결국 돈도,물질도 아닌 정신이라고 생각했다는 金교수는『부모의 정신과 철학이 담긴 이 시집이야말로 돈으로 값어치를 따질수 없는 가장 소중한 선물이라며 감격해하는 자녀들을 보고 매우 흐뭇했다』고 말했다.
시집이 출간된 날 金교수는 부인 趙斗星씨(48),아들.딸 내외와 함께 14K금반지를 하나씩 결혼기념으로 구입했다.
〈李貞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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