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감원, 가짜보고서 받고 '통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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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2면

'유령주식'사건으로 파장을 일으키고 있는 대호가 분기보고서를 허위로 작성했는 데도 금융감독원이 이를 제대로 적발하지 못한 것으로 드러났다.

대호의 소액주주들로 구성된 '대호 전국 피해자 모임'에 따르면 대호는 지난해 11월 14일 2003회계연도 3분기 보고서를 제출하면서 감사인의 감사의견란에 '회계법인이 외부감사를 실시한 뒤 보고서에 대한 '적정의견'을 밝혔다'고 기재했다.

그러나 '주식회사의 외부감사에 대한 법률(외감법)'에 따르면 총자산이 1천3백억원에 불과한 대호는 분기보고서에 대해 외부감사를 받을 필요가 없다. 외감법에 따르면 분기보고서에 대한 외부감사와 감사인의 검토보고서는 금융회사와 자산총액이 2조원 이상인 상장.협회 등록법인만 제출하도록 돼있다.

회계법인 관계자는 "대호의 외부감사인인 것은 맞지만 분기보고서를 검토할 필요가 없었기 때문에 '적정''한정'등 어떠한 의견도 전달한 사실이 없다"고 밝혔다.

만일 금융감독원이 분기보고서 허위작성 사실을 적발해 적절한 조치만 취했어도 감사보고서가 제출된 이후 '적정의견'을 믿고 주식을 산 투자자들의 피해는 훨씬 줄었을 것이란 게 소액주주들의 주장이다.

금감원은 "분기보고서를 제출하는 기업이 1천5백개가 넘기 때문에 보고서 제출과 이를 공시하는 즉시 허위 기재 여부를 적발하기는 물리적으로 힘들다"고 말했다.

그러나 기업이 분기보고서 등을 허위로 기재했을 경우 금감원이 이를 적발해 금융감독위원회가 검찰 고발 등의 조치를 취하는 만큼 금감원의 해명은 설득력이 없다는 지적이다.

김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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