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일기>봉급 6.2% 인상에 대한 불만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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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정부가 확정한 내년도 예산안이 발표된 15일 신문사엔 공무원및 그 가족들로부터 불만섞인 전화가 빗발쳤다.내년도 공무원 봉급을 6.2% 올린다는 기사에 관한 것이었다.과천정부청사 공직자들의 표정도 심드렁했으며,몇몇 공무원들의 의견을 직접 들어봐도 기대에 크게 못미친다는 이야기였다.
金泳三대통령도 깨끗한 공직사회를 위해 공무원에 대한 처우를 개선하겠다고 그동안 여러차례 강조했는데 겨우 6.2%냐는 반응이었다.특히 봉급을 포함한 총인건비 상승률이 8%로 올해(13.4%)보다 크게 낮다는 것이다.경제기획원의 한 직원은『기대수준이나 높여 놓지 말았어야지』라며 한숨을 쉬었다.재산공개와 司正한파 속에서 가뜩이나 풀이 죽어 있는 공무원 사회가 더욱 의기소침해지는 모습이었다.
그러나 사안을 유심히 들여다 보면「급여 인상률이 낮다」는 불평은 표면적 이유인 것 같다.문제의 이면에는「일할 맛이 안난다」는 보다 근본적인 것이 깔려 있다.건설부의 한 과장은『요즘같이 공무원 노릇 하기가 어려운 때는 없었다』고 말 한다.
경제기획원의 某국장도『재산공개와 관련,언론을 비롯해 여기 저기서 공무원들을 매도하는 것을 보면 환멸을 느낄 정도』라고 토로했다.그는 모든 공무원을 투기나 부정에 가담한 것으로 몰아붙이는 통에 집에서 아이들 얼굴 보기가 민망할 정도 라고 했다.
대부분의 비리나 부정이 과거 개발연대에 사회 구조적으로 빚어진것인데 그 죄를 어느 한 개인에게 너무 가혹하게 묻는 경우도 종종 본다고 지적한다.
이에 대해 일부에서는 司正바람에 자기방어적 논리라는 비판도 있다.그러나 공직 사회가 전반적으로 위축돼 있는 것은 사실이며위정자들이 이런 상황을 무조건 외면해서는 곤란하다.공무원들을 지나치게 몰아붙이는 행위가 종국엔 공무원의 자질 을 떨어뜨리지않을까 우려하는 시각도 있다.우수한 인력들이 공무원을 지원하지않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공무원들의 자긍심을 지켜줄 만한 국민들의 따뜻한 격려와 응분의 처우개선이 필요하다.이 문제가 앞으로 국회예산심의 과정등에서 보다 진지하게 논의되길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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