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시시대」로 접어든 검찰/새 총장 맞아 향후행보 주목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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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개혁 본보기”대폭인사 불가피/핵심 9자리 비어… 2회서도 고검장 나올듯/검사장 8회 전원,9회 선두주자 승진예상
박종철총장의 전격사퇴로 동요하던 검찰은 16일 후임 김도언 검찰총장 임명으로 일단 수습국면에 들어간 가운데 앞으로 이어질 인사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인사의 폭과 내용은 곧바로 김 총장체제 검찰의 개혁방향에 대한 암시를 주는 것이기 때문이다.
검찰내부에선 한때 의외의 인물 가운데 총장 발탁인사가 이뤄져 대대적인 숙정이 뒤따르는게 아니냐며 우려했으나 순리에 따라 김 총장검사가 총장직을 승계함에 따라 안도하는 모습이다.
그러나 박 총장의 사퇴를 통해 청와대의 개혁의지가 확인된 이상 신임 김 총장으로서는 개혁작업에 박차를 가해야만 한다는 부담을 안고있다.
검찰은 새 정부 출범이후 동요를 계속해왔다. 지난 봄 재산공개 과정에서 여론의 집중타를 받으며 검사장 2명이 슬롯머신 수사에서는 「잘 나가던」 고검장 3명중 1명이 구속되고 2명이 검찰을 떠나는 사상초유의 사태가 빚어졌다.
총장을 정점으로 일사불란하게 움직여야 할 조직내에서 총장 사퇴설이 끊이지 않고 나돌았던 것은 지휘권의 추락이 어느 정도였던가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것이었다.
박 총장 사퇴에서 확인됐듯 통치권자로부터 신임받지 못하는 검찰총수는 무력할 수 밖에 없으며 이 점에서 부산출신인 김 총장은 상대적으로 유리한 입장에 있다는 평가다.
공개된 재산이 검찰내에서 수위(37억여원)란 점이 다소 부담이지만 재산형성과정이 해명됐고 현실적으로도 별다른 대안이 없다는 여론이며,통치권자와 동향인데다 비서실장과도 고교선후배 사이여서 청와대와의 교감을 통해 비교적 안정적인 검찰권을 행사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신임 총장의 검찰권 행사방향은 주말로 예정된 인사에서 구체화될 것으로 보인다.
이전의 공석과 총장퇴진 사태로 검사장급이상 아홉자리가 비어있기 때문에 인사는 어쨌든 대폭이 되겠지만 검찰개혁과 관련해 재산공개과정에서 물의를 빚었거나 과거 정권하에서 정치적인 인권침해 사범을 담당한 검사,지연·학연 등으로 능력 이상의 출세를 한 인물 등에 대해 어떤 식으로든 정리하고 넘어가야 한다는 검찰 내외의 여론을 반영해야 하므로 김 총장으로서는 부담이 될수밖에 없다.
검찰 내부에선 『더 이상 검찰을 흔들면 안된다』는 반발과 함께 검찰의 동요를 막기위해 가급적 보수적·안정적인 인사를 할 것이란 예상도 있다.
이번 인사에서 총장과 동기인 16회 검사장중 고검장에 승진하지 못하는 인물은 사퇴할 가능성이 커 검찰은 결국 고시세대에서 사시세대로 본격 세대교체가 이뤄질 가능성이 크다.
대검차장에는 일단 사시 1회의 송종의 서울검사장이 유력한 것으로 꼽히고 있지만 지역 안배를 고려,고시 16회의 김현철 광주고검장도 거론되고 있다.
사시 1회인 정경식 대검 공판송무부장과 지창권 대구지검장도 고검장 승진이 유력시되고 있으며 김기수 부산지검장 등 사시2회 가운데도 고검장 승진이나 나올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공석을 모두 채워버릴 경우 내년에 인사요인이 별로 없어 고검장·검사장 승진자리를 1∼2석 비워둘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검찰의 핵심요직인 서울지검장과 법무부 검찰국장에는 사시 3회인 김종구검사장(현 검찰국장)과 4회인 최영광검사장(대검 강력부장) 등이 임명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문민정부 출범이후 각광을 받고있는 대검 중수부장은 사정정국의 연속성을 위해 김태정 현 중수부장(사시 4회)이 유임될 것이란 설이 유력하다.
검찰의 별이라는 검사장에는 서울의 동·서·남·북부와 의정부,부산 동부지청장을 맡고있는 사시 8회 전원과 사시 9회중 선두주자들이 승진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사시 9회를 승진시킬 경우 재경지청장을 거치지 않고 검사장이 되는 구도가 만들어지기 때문에 검사장자리를 1∼2자리 비워두더라도 8회까지만 검사장으로 승진시킬 것이란 관측도 나오고 있다.
이 경우 9회와 10회가 재경지청장에 나가고 올·부산지검 차장은 11회와 12회의 선두그룹이 나갈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예상된다.
검찰은 이제 새로운 총장과 함께 실추된 명예를 되찾고 문민시대의 검찰권을 확립해야 한다는 대명제를 앞두고 있다.<김종혁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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