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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직자 재산 실사/관련자료 이용싸고 혼선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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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은감원/「계좌뒤지기」 식 조사 할 수 없다/국세청/요청해올땐 최소한으로 제공
공직자 재산실사가 태풍의 눈이 되고 있는 가운데 그 조사방법과 관련자료 이용여부에 대한 정부의 통일된 해석이 내려지지 않아 혼선을 빚고 있다. 특히 실사 대상 공직자들의 금융·부동산 자산에 대한 조사방법·범위·자료제공 등에 대한 기준이 확정되지 않아 금융계와 세정당국이 당혹해고 있다. 이번 실명제 긴급명령은 금융거래 비밀보장조항을 그전보다 훨씬 까다롭게 해놓았다. 따라서 실명제이후 첫 금융거래 조사인 이번 공직가 금융자산조사가 어떤 선례를 남기느냐에 따라 앞으로 다른 기관의 금융거래 조사형태뿐만 아니라 실명제의 성공적인 정착여부가 상당한 영향을 받게 돼 있다.
그동안 사정태풍속에서 감사원·감찰 등 사정당국의 의뢰를 받아 「내키지 않는」 예금계좌추적조사를 해온 은행감독원은 이번 공직자 금융자산 실사를 앞두고 『그전 같이 은감원이 나서서 불특정다수식 계좌조사를 할 수는 없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최근 분위기로 보아 마음놓고 단정적으로 목소리를 높일 수는 없으나 대통령 긴급명령상의 조문을 해석해보면 이제 지금까지와 같은 「계좌뒤지기」는 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이번 실명제와 관련된 금융실명거래 및 비밀보장에 관한 긴급명령은 우선 금융기관들로 하여금 예금주의 동의를 받지 않고는 금융정보를 다른 사람에게 제공하지 못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정보제공 요구 또한 반드시 문서로 사용목적에 필요한 최소한의 범위에서 점포별로 하도록 규정했다. 또 부당한 정보제공 요구에 대해선 금융기관 종사자가 이를 거부토록 했으며,금융기관종사자가 이를 어길 경우 3년이하의 징역이나 2천만원이하의 벌금을 물리도록 했다.
따라서 은감원은 공직자윤리위에서 이번 공개·등록대상자의 금융자산을 조사하려면 본인 동의를 받아 은감원을 거치지 않고 해당 금융기관의 점포하나 하나에 직접 정보제공을 요구해야 할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은감원은 윤리위가 일선 금융기관에서 받은 자료를 분석해줄 전문인력을 파견해달라고 요청할 경우 이에 응한다는 입장이다.
은감원 관계자는 『금융자산에 대한 조사방법·범위는 실명제의 성공적인 정착을 위해 강화해놓은 예금자 비밀보장과 공직자 재산실사의 실효성 제고라는 두가지 측면을 함께 고려,공직자윤리위와 정부가 협의해 결정할 문제로 본다』고 말했다.
은감원은 새정부출범이후 3∼6월말까지 감사원·검찰·경찰·안기부 등으로부터 3천여건의 자금추적 의뢰를 받아 이중 절반정도에 대한 자금추적조사를 했으나 실명제 시행이후엔 아직 단 한건의 요청도 없었다고 밝혔다.
한편 국세청은 공익자윤리위의 자료협조 요청이 오면 일단 협조하되 협의를 거쳐 최소한의 자료만 내주기로 방침을 정했다.
이목상 국세청감사관은 『윤리위의 자료요청을 받아 내용을 검토해봐야 할 문제지만 납세자 부동산현황 등의 자료는 과세목적에만 써온게 국세청 관행이어서 무조건 응할 수는 없는 입장』이라며 『다만 공직자윤리법에도 이에 협조토록 명시하고 있기 때문에 윤리위측과 협의,최소한의 자료만 제공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국세청은 특히 각 윤리위가 제각기 무분별하게 자료를 요청해오면 일일이 응하기 어렵다고 보고 어떤 형태로든 정리가 돼 일괄적으로 요청되기를 바라고 있다. 또 부동산 관련자료의 경우 국세청 전산자료가 81년이후 거래된 것만 수록하고 있으므로 그 이전 자료까지 모두 갖고 있는 내무부의 종합토지세 부과자료를 이용하는게 바람직하다는 입장이다.<양재찬·이재훈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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