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라시아협력의 가교”/한불정상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4면

◎고서반환,양국관계증진 디딤돌/김 대통령/한국의 대북 유연한 접근은 훌륭/미테랑
▷한­불 정상회담◁
김영삼대통령과 미테랑 대통령은 14일 오후 청와대에서 1시간30여분동안 정상회담을 했다.
다음은 양국 정상의 대화 요지.
▲김 대통령=대통령이 방문하시기 전에 외규장각 도서를 반환해준다는 얘기가 있었다. 우리 온국민은 외규장각 도서를 우리나라에서 볼수 있도록 희망한다.
▲미테랑 대통령=한국에 반환한다는 것을 상징적으로 보여주기 위해 내일중에 책 2권이 한국에 도착할 것이다. 반환형식에 대해서는 영구임대 방식으로 할는지,아니면 문화교류 방식으로 할것인지 협의하도록 하자. 사실 과거 역사에서 어떤 나라의 물건이 평화적이 아닌 방법으로 옮겨간 일이 있었고,또 옮겨간 나라의 유산이 되기도 했다.
과거 문화재를 돌려달라고 한 예는 여러차례 있었다. 수년전 나의 절친한 친구인 그리스의 문화부 장관이 나를 찾아와 물건을 돌려달라고해 난처한 적이 있었다.
심지어 그리스 수상이 미로의 비너스 등 옛 그리스 유물을 임대해달라고 하는데도 응하지 않았다. 나는 당시 『미로의 비너스를 보내게 되면 탱크와 포를 동원해 다시 빼앗아올 수 밖에 없다』고 농담을 섞어가며 얘기한 적이 있다.
게다가 스페인·독일·영국 등도 다른 나라의 유물을 많이 보관하고 있지만 돌려줬다는 소식은 듣지 못했다.
결국 나는 어느 나라의 요구도 거절했지만 유독 한국에 대해서만 이번에 허락한 것이다. 우리의 이같은 결정이 나쁜 선례가 되는지도 모르겠다. 나는 이번에 『결코 내줄수 없다』는 도서관장과 싸우다시피해서 가져왔다. 흡사 그 문화재를 싸워서 가져갔듯이 말이다(폭소).
▲김 대통령=우리 온국민은 이러한 미테랑 대통령의 결정에 마음속 깊이 기쁘게 생각할 것이다. 나는 한·프랑스 양국간에 새로운 지평을 연 것으로 평가한다.
프랑스가 유엔안보리 상임이사국으로 6·25,북한 핵문제 등 한반도문제에 대해 적극 지지해주고 협조해준데 대해 감사하게 생각한다.
▲미테랑 대통령=대통께서 EC의 중요성을 잘 이해하고 있는데 대해 깊은 감명을 받았다. EC의 규제는 한국을 겨냥한 것이 아니라 일본을 겨냥한 것이다. 특히 일본은 말로는 개방적이지만 실제로는 폐쇄적이다. 프랑스는 한국에 대해서는 규제하지 않는 편이다.
EC단위의 규제가 있긴 하지만 한국에 대해서는 문을 열어 놓으려 했다. 프랑스는 대한투자를 확대할 생각이며 이를 위해 한국에 민간사절단을 파견할 방침이다.
▷첫날 일정◁
프랑수아 프랑스대통령은 이날 오후 2시 에어프랑스 특별기편으로 서울공항에 도착,2박3일간의 방한일정을 시작했다.
미테랑 대통령에 대한 공식환영행사는 이날 오후 김영삼대통령 및 미테랑 대통령·공식수행원·주한외교사절 등이 참석한 가운데 청와대 대정원에서 거행됐다.
환영식은 양국 대통령에 대한 경례,양국 국가연주,의장대사열,김 대통령의 환영사와 미테랑 대통령의 답사순으로 약 30분간 계속.
김 대통령은 환영사에서 『미테랑 대통령의 방한은 보다 넓고 높은 차원에서 새로운 국제질서를 구축하는 기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미테랑 대통령은 『끊임없는 투쟁을 통해 자유를 쟁취한 한국을 프랑스 대통령으로서 처음 방문한데 감명깊다』면서 『이제 한국과 프랑스는 유라시아 대륙의 양쪽 끝에서 연결시키는 가교의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고 유럽과 아시아의 협력을 강조했다.
김 대통령 내외가 14일 저녁 청와대 영빈관에서 미테랑 대통령 내외를 위해 베푼 만찬은 양국관계자 1백50명이 참석한 가운데 1시간40분동안 순한국식 음식으로 진행. 김 대통령은 만찬사를 통해 『한반도는 아직 세계유일의 냉전의 섬으로 남아 있다』면서 한반도 정세와 통일에 관한 우리의 입장을 설명.
답사에 나선 미테랑 대통령은 『김 대통령이 남북한 문제를 대화와 화해,그리고 협력으로 접근해 나가기로 한 것은 훌륭한 선택으로 프랑스는 이 현실적이고 관대한 접근방안을 전폭 지지하고 있다』고 강조. 양국정상은 이날 각각의 현안에 대해 상대국이 물러설수 없도록 못을 박는 일에 만찬사와 답사의 상당부분을 할애해 정상회담의 연장같은 분위기. 김 대통령은 당초 준비했던 만찬사 원고에 없던 외규장각 도서반환약속을 상세하게 설명.
또 환영행사 말미에 구토증세를 보였던 미테랑 대통령도 건강을 회복한듯 20분간에 걸쳐 정력적으로 만찬답사를 하면서 테제베의 성공적 계약을 강조.<김현일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