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레반 내부 갈등? 고도의 협상 전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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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명의 여성 인질을 석방했다."(AFP통신)

"석방이 보류됐다."(연합뉴스)

"석방했다고 말한 적이 없다." (로이터통신)

2명의 여성 인질 석방을 놓고 12일 각기 내용이 다른 내외신 보도가 쏟아져 또다시 혼선이 빚어졌다. 지난달 26일 '8명 석방설'이 보도된 당시와 비슷한 상황이 재연된 것이다. 매체는 달랐으나 출처는 같았다. 탈레반의 '입'을 자처하는 카리 유수프 아마디의 말이었다.

AFP통신은 12일 아마디의 말을 인용, "2명의 여성을 석방했다"고 보도했다. 아마디는 "여성들이 아직 합의된 인도 장소에 도착하지 않았다면 이동상의 어려움 때문일 것"이라고 덧붙였다. 로이터 통신과 신화통신, 파지와크 아프간 통신도 여성 인질들이 풀려났다고 보도했다. 아마디는 연합뉴스와의 접촉에서도 "11일 오후 7시30분(한국시간 12일 0시) 부르카(몸 전체를 가리는 아프간 여성 의상)를 입은 여성 인질 2명을 가즈니주 적신월사에 넘겼다"고 말했다.

그러나 아마디는 다시 연합뉴스와의 간접 통화에서 "석방하지 않기로 했다"며 발표를 번복했다. 그는 "2명을 가즈니주 적신월사에 넘기려고 가던 도중 탈레반 지도자가 결정을 번복하고 돌아갔다"고 주장했다.

이날 오후 들어 보도는 다시 '석방 확정설'로 굳어졌다. AP는 "여성 인질들을 곧 석방할 계획"이라며 "오늘 안에 석방될 가능성이 크다"고 보도했다. 본지 통신원인 아부하산(가명)은 가즈니주 탈레반 부사령관 물라 압둘라의 말을 인용, "12일 안에 석방이 이뤄질 것"이라고 전했다.

아마디는 외신 보도가 엇갈려 나온 데 대해서도 각기 다른 말을 했다. 연합뉴스와의 접촉에서는 "매우 유감스럽게 생각한다"며 사과의 뜻을 비쳤다. 그러나 로이터통신에는 "석방했다고 말한 적은 없었다"며 혼선은 "(말을 잘못 전한) 언론 때문"이라고 발뺌했다.

석방을 놓고 혼선이 빚어진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탈레반은 지난달 26일에도 인질 8명을 석방한다고 발표했다가 이를 번복했다. 따라서 석방을 놓고 지도부 내부에서 강온파 간 대립이 빚어지고 있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지도부의 결정과 인질을 실제 억류한 조직 간의 이견으로 내부 갈등이 빚어졌을 수 있다는 것이다.

아마디의 엇갈린 말이 탈레반 측 협상 전술이라는 분석도 있다. 아마디가 일부러 다른 정보를 흘리고 있다는 것이다. 석방 반대파의 주장을 그대로 노출해 협상의 긴장감을 높임으로써 국면을 자신들에게 유리한 쪽으로 이끌려는 계산이라는 것이다. 파키스탄의 비영리 민간 싱크탱크인 정책연구소(IPS) 이르판 샤흐자드 책임연구원은 "탈레반 조직은 상상할 수 없을 만큼 유기적으로 잘 짜여 있다"며 "아마디의 말 바꾸기는 석방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한 것"이라고 풀이했다.

이은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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