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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루치 미국무차관보 방한결산-북핵대응 한미 공조 재확인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5면

로버트 갈루치 美 국무차관보의 이번 訪韓성과는 현단계에서 美國이 北韓과 3단계 회담을 할 여건이 되지 않았다는 데 韓美 양국이 인식을 같이하고 北韓핵문제 해결을 위한 기존의 공조체제를 확인했다는 것으로 요약된다.北韓핵문제 해결 전 망이 불투명해지고 있는 미묘한 시점에서 갈루치차관보는 韓國측 관계자들을 만나 서로 입장을 개진하고 「北韓태도변화를 보아가며 긴밀히 협의해 대응책을 모색하겠다」는 원론적 합의를 했다.이는 北韓이 국제원자력기구(IAEA)및 南韓과의 대 화에 성의있는 태도를 보이지 않고 있는 상황에서 韓美 양국이 택할 수 있는 대안이 한정되어 있다는 증거이기도 하다.
외무부는『갈루치 차관보의 訪韓이 北韓핵문제와 관련해 구체적으로 어떤 결론을 도출해내기 위한 것이 아니라 서로 생각하는 바가 같은 지 확인해 보고 공조체제를 확인하는 데 의미가 있다』고 말해왔다.
그러나 지난7월 제네바회담에서 합의한 北韓-IAEA 협상과 南北대화 재개가 진전이 없어 사실상 이달중에 3단계 회담이 열리기 어렵게 되는등 韓美 양국이 세운 시나리오대로 北韓핵문제가풀려나갈 가능성이 희박한 상황에서 韓美실무회의가 열린 만큼 여러가지 가능성을 상정해 대책을 논의하지 않을 수없었다.韓美 양국은 우선 北韓핵문제가 해결의 가닥을 잡아가는 듯한 분위기에서北韓이 韓美 양국의 예상을 깨고 돌출행동을 하는 까닭에 대해 깊이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당초 기대를 걸었던 IAEA와의 협상(9월1~3일)에서北韓은 IAEA의 공정성만 거론한채 실질적 사찰 수용을 위한 어떤 합의도 보지 못했으며,南韓과의 대화는 「핵전쟁연습중지」와「국제공조체제중지」등 南韓이 받아들이기 힘든 조건을 내세워 사실상 거부하고 있어 北韓의 眞意를 파악하는 일이야말로 시급한 과제이기 때문이다.
韓美 양국은 북한의 현 태도가▲對美협상의 北韓측 수석대표인 姜錫柱 외교부부부장이 平壤에 제네바회담과 관련해 왜곡된 보고를했을 가능성▲韓美간의 균열과 갈등을 노린 외교전략▲平壤 강경론자들의 득세▲北韓의 對南대화 전술등에서 나온 것 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정부는 이들 요인이 복합적으로 어우려져 北韓이 당초 약속과는 달리 대화를 거부하고 있을 것으로 추정만 할뿐 정확한 이유는 헤아리지 못하고 있다.
韓美 양국은 현재 이같은 가설을 바탕으로 몇가지 대책을 세운것으로 알려졌다.
이 대책에는▲北韓핵문제의 평화적 해결이 더이상 어렵다고 보고유엔으로 넘기는 방안▲美國이 3단계가 아닌 중간단계(2.5단계)의 회담을 통해 北韓에 최후 통첩하는 방안▲北韓에 IAEA및南北대화에 응할 수 있는 시간적 여유를 더 줘 결국 3단계 회담을 성사시키는 방안등이 포함돼 있다.
韓美 양국은 北韓이 IAEA 이사회가 열리는 22일 이전에 어떤 태도변화를 보여줄 것을 기대하며 그 변화 내용에 맞춰 이들 대안중 하나를 선택하거나 둘 이상을 병행할 가능성이 크다.
韓美는 제네바회담등 과거 北韓이 늘 그래왔던 것처럼 막바지(22일)에 문제해결에 성의를 보여 3단계 회담이 당초 예정(19일이전)보다는 늦지만 10월초께 열릴 수 있기를 바라고 있다. 과연 北韓이 이같은 기대를 충족시켜줄는지는 더 두고 볼 일이지만 北韓핵문제가 예기치 않은 상황으로 가고 있어 걱정하는 분위기다.
북한의 태도에 따라선 강경대응으로 선회하는 전략도 깊이 있게검토되고 있는데 이경우 유엔안전보장이사회에서「평화적 해결」을 강조해온 中國의 협조 여부가 관건이고,對파키스탄 무기수출등으로美國과 中國이 다소 소원해지고 있음도 고려되어 야할 변수로 보인다. 〈朴義俊.吳榮煥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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