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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부재산 공유제(분수대)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유교의 기초적 도덕률로서 다섯가지의 인륜을 나타내는 오륜 가운데 부부유별은 「부부 사이에는 서로 침범하지 못할 인륜의 구별이 있음」을 뜻한다. 물론 윤리적 측면이 강조된 것이지만 오늘날의 관점에서 보자면 남편과 아내의 역할분담에 대한 완곡한 의미가 포함돼 있는 것으로 받아들여지기도 한다. 남편은 남편대로,아내는 아내대로의 역할이 있으며 서로의 역할에 대해 독립성을 인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렇게 보면 얼핏 일찍부터 한 가정내에서 아내도 남편에 못지않은 권리를 갖도록 배려한듯 보이지만 실상 아내에게는 순종과 희생만이 강요됐을뿐 남편과 대등할 수 없었던 것이 우리네 관습이었다. 칠거지악이라고 해서 아내는 온갖 속박의 굴레 속에서 고통을 겪어야 했던 반면 남편은 나름대로의 자유를 만끽하면서 아내의 일에 간섭하는 자유까지도 누릴 수 있었던 것이다.
범세계적으로 여성의 지위가 옛날보다 많이 향상된 것은 사실이지만 아직도 남성에 비해 여성들이 여러모로 피해자의 입장에 설 수밖에 없는 것이 우리네 현실이다. 대표적인 것이 한 가정의 재산에 대한 부분의 권리다. 이혼하는 경우,혹은 남편이 사망해 상속받게되는 경우 법적인 측면에서나 인간적인 측면에서나 아내의 권리는 보잘 것 없다. 요즘의 아내들,특히 젊은 아내들이 재산문제에 대해 각별하게 신경을 곤두세우는 풍조도 그같은 배경과 무관하지 않다. 맞벌이하는 젊은 부부들이 「당신돈,내돈,우리돈」으로 철저하게 소유를 구반하는 것도,상당수의 아내들이 남편 모르는 「비밀주머니」를 차고 있는 것도 「유사시」에 대비하려는 아내들의 자위책임 셈이다.
여성들의 재테크가 남성들 보다 한수위일 수도 있음은 지난봄 1차 재산공개때 여실히 드러났다. 이 경우 부부간에 어떤 일이 발생했을때 재산문제가 어떻게 귀결될는지 자못 궁금하지만 재산에 대한 아내들의 발언권이 갈수록 강해질 것만은 틀림없다. 실명제 보완책으로 여당은 여성의 권익향상을 위한 「부부재산 공유제」 도입을 적극 추진중이라고 한다. 불가피한 조치로 보이기는 하지만 재산을 둘러싼 부부간의 이기주의가 팽배해 가정생활이 더 각박해지고 삭막해지지나 않을지가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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