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운규'아리랑'日人이 필름소장 보도로 술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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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일제시대 최고의 영화작가 나운규가 만든 명작『아리랑』필름이 일본에 보존돼 있다는 기사가 나와 영화인들의 주목을 받고 있다. 일본의 선데이 마이니치는 오는 13일자에 실릴「환상의 명화아리랑이 일본에」란 제하의 기사에서 6.25동란중 유실된 것으로 알려진 나운규의『아리랑』을 오사카에 사는 아베 요시시게(安部善重.68)씨가 소장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 기사에 따르면 아베씨는 모두 25개의 방에 5만권이 넘는필름을 보관하고 있는 숨은 영화 컬렉터.그가 직접 시사한후 만들었다는 리스트중엔 동양 극영화 항목의 55번으로「아리랑/9권/현대극」이 표시돼 있다는 것이다.
아베씨는 이렇게 많은 영화필름을 보관하게 된 경위에 대해 부친이 일제때 군의관으로 한국에서 근무하던 시절에 구한 것이라고밝히고 있다.『부친이 한국 영화인에게 금전적으로 지원을 했다 돈대신 필름으로 돌려받은 경우가 많았다고 한다』 는 것이 아베씨의 설명이다.
흥미로운 것은 아베씨의 컬렉션속에『아리랑』도 끼어 있다는 소문이 퍼지면서 남북한 당국에서 이를 입수하려는 경쟁이 치열하다는 것이다.북한은 70년대초부터 조총련 영화제작소의 여운반 소장이 창구가 돼 아베씨를 끈질기게 설득하고 있다는 것이다.그들은 개성산의 고급인삼,소니사의 편집기기등 갖가지 선물 공세를 펴면서『아리랑』을 넘겨줄 것을 요청하고 있으며 한국측도 MBC.영화진흥공사등이 나서 아베씨와 접촉을 가졌다고 한다.
아베씨는『언제까지 내가 갖고 있겠다는 것은 아니다』면서『우리집에 모여드는 사람들이 다투어서는 안된다고 생각한다』고 말한다.그는 이 영화가 평화를 위해 사용되기를 희망한다면서『남북이 통일되면 내놓는 방안을 현재 생각중』이라고 밝혔 다.돌려줄 때에는『남북한과 재일교포등에게 복사해서 동시에 돌려주겠다』는 것이 아베씨의 복안이라고 한다.
『아리랑』은 나운규가 감독.각본.주연을 맡은 영화로 1926년 10월에 개봉된 작품이다.3.1운동때 고문을 당해 정신이상자가 된 대학생이 일본인의 앞잡이였던 지주를 낫으로 살해하고 일본 경찰에 끌려간다는 내용의 이 영화는 나운규의 최고 걸작일뿐 아니라 일제시대에 만들어진 영화중 항일적인 정신을 가장 잘담아낸 영화로 손꼽힌다.특히 그 당시로는 첨단적인 기법인 몽타주를 사용,일제하의 억압을 상징적으로 드러낸 것등은 영화미학상으로도 높이 평가되는 대목이다.
최근 광복절 48주년을 맞아 윤봉춘과 함께 건국훈장 애국장을추서받았던 나운규에 대한 보다 실증적인 연구를 위해서도 현재『아리랑』은 조속히 세상에 공표되어야할 영화로 지목된다.
관계자들은 아베씨가『아리랑』을 소장하고 있다는 주장은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기 어려운 점이 많다는 것을 지적한다.그가『현물은 보여주지 않은채 리스트만을 보여주고 있다는 것등에서도 어딘가 미심쩍은 구석이 있다』는 것이다.정부 당국에서 라도 적극적으로 나서서 아베씨가 과연 현물을 가지고 있는지 여부를 우선 확인해야 한다는 것이 이들의 주장이다.
〈林載喆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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