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들 식탁매너 문제있다(속 자,이제는…:18)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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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독일 연수온 공무원들 시끌시끌/외국인들 눈총줘도 아랑곳 없어
우리나라 식당이 시끄럽기는 이미 세계적으로 정평나 있다. 옆자리에 사람이 있거나 말거나 모두들 저 잘났다고 떠들어대기 때문이다.
안에서 새는 쪽박 밖이라고 안샐까.
최근 독일 베를린 중심가에 위치한 한국식당 「김치」. 모처럼 서울에서 귀한 손님 대여섯분이 오셔서 모시고 갔다. 저녁시간이라 자리가 거의 찼다.
보통 한국식당이 그러하듯 한국인이 많았지만 독인인들도 몇자리 차지하고 있었다. 마침 일행이 함께 앉을만한 자리가 있어 구석진 곳에 자리를 잡았다.<관계기사 22면>
오랜만에 한국음식을 먹으며 요긴한 대화를 나누려던 생각은 앉자마자 물거품에 돼버렸다. 옆자리의 단체손님들 때문이었다. 관광객 차림의 한국인 20여명이 회식을 하고 있었는데 이들은 식사를 하는건지,싸움을 하는건지 모를 정도로 떠들어댔다. 옆자리에서 식사하던 독일인 가족이 어이없다는 표정으로 이들을 몇번 쳐다봤지만 이들은 점점더 열을 냈다. 서로 말을 알아들을 수 없으니 목소리가 점점 커질수 밖에…. 모두가 모두에게 고함을 지르고 있었다. 행여 옆사람에게 들릴까 소곤소곤 대화하는 이들 독일인들에겐 「소음공해」를 넘어 거의 「고문」이었을 것이다.
하기야 어느 정도 얼큰해진 이들이 젓가락으로 식탁을 두드리며 유행가를 합창하지 않은것만도 다행인지 모를 일이었다.
식사가 끝나기 무섭게 도망치듯 식당을 빠져나오면서도 어쩐지 뒤통수가 따가웠다.
나중에 안 일이지만 이들은 독일에 단기연수나온 정부부처 공무원들이었다.
우리도 식당같은 공공장소에서 남이야 어찌됐건 이처럼 떠들어대는 것을 창피하게 여길 때가 되지 않았을까. 더욱이 외국에 나와서는 말이다.<베를린=유재식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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