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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브프라임 불안’ 계속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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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1면

미국의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부실에서 비롯된 국제 금융시장 불안이 이어지고 있다. 10일 한국·일본·대만 증시가 2% 이상 급락한 뒤 개장한 미국 증시는 전날에 비해 하락 폭이 크게 줄었다. 다우지수는 소폭 하락하고, 나스닥은 되레 올랐다.

하지만 영국·프랑스·독일 등 유럽 증시는 다시 큰 폭으로 하락했다. 이에 따라 미국·유럽 증시에 앞서 월요일 개장하는 아시아 시장의 향방이 향후 국제 금융시장의 방향을 결정할 고비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정부와 한국은행도 국내외 금융 시황을 점검하고 대응책을 마련하느라 숨 가쁜 주말을 보냈다.

 ◆금융 당국 대응책 마련 분주=재정경제부와 금융감독위원회·한국은행은 주말인 11~12일에도 분주했다. 재경부는 임승태 금융정책국장은 물론 관련 부서 서기관·사무관 대부분이 출근해 해외시장 추이를 살펴보며 향후 대책을 논의했다.

 정부와 한은은 2단계 조치를 준비했다. 먼저 금융회사가 단기자금을 구하기 어려워 콜금리가 급등하면 즉각 환매조건부채권(RP)을 내다팔아 시중에 돈을 푼다는 계획이다. 프랑스 BNP파리바의 펀드 환매 중단 직후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유럽중앙은행(ECB)이 자금 고갈 사태를 막기 위해 긴급 자금을 투입한 것과 같은 조치다.

 2단계 조치는 유동성 고갈로 위기에 처한 특정 금융회사에 긴급자금을 대출하는 것이다. 하지만 한은 관계자는 “미국·유럽의 상황도 아직 특정 회사에 긴급자금을 지원할 정도는 아니다”며 “특히 국내 금융회사들이 보유한 서브프라임 모기지 관련 채권은 2000억원 정도로 추정돼 2단계 조치를 쓸 상황은 생기지 않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13일엔 금융 당국이 금융정책협의회를 열고 시장 안정책 등을 논의하기로 했다.

 ◆“월요일 시장이 고비”=월요일 금융시장을 가늠해 보게 하는 10일(현지시간)의 미국·유럽 증시는 다소 엇갈린 모습이었다. 9일 2% 이상 급락했던 미국 다우지수는 10일 전날보다 0.23% 하락했다. S&P 500지수는 오히려 0.04% 상승했다.

반면 런던 FTSE지수(-3.71%), 프랑스 CAC지수(-3.13%), 독일 닥스(-1.48%) 등 유럽 주요국 증시는 일제히 급락했다.
 우리투자증권 오태동 연구원은 “월요일의 세계 증시 상황이 이번 사태가 얼마나 지속될 것인지를 결정하는 데 고비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시장이 단기적으로 안정된다 하더라도 시차를 두고 불안감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BNP파리바의 환매 중단 같은 사태가 앞으로도 얼마든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서브프라임보다 우량한 주택담보대출인 ‘알트A’로 부실이 번졌다는 징후도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다. 최근 금리를 동결했던 미국 FRB가 긴급회의를 통해 금리를 내릴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중국발 위기설도=엎친 데 덮친 격으로 중국의 주택담보대출 부실이 서브프라임 모기지보다 국제 금융시장에 더 큰 악영향을 미칠 것이란 분석도 나왔다.

 홍콩의 사우스차이나 모닝포스트는 12일 이셴룽(易憲容) 중국 사회과학원 금융연구소 연구원의 분석을 인용해 “미국에 비해 중국은 주택담보대출 심사가 엄격하지 못하다”며 “머잖아 주택담보대출의 거품이 터질 위험이 있다”고 보도했다. 중국 상업은행의 개인 주택담보대출액은 지난해 말 2조2500억 위안에서 이달 말에는 3조 위안(약 370조원)으로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김준현·염태정·손해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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