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그여자의4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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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3면

2.여름 새 두 마리(17) 새벽엔 완이 먼저 와 앉아 있다.새벽은 출입문과 벽 한쪽이 온통 유리로 되어 있어 바깥에서 안의 사람들이 다 보인다.
창쪽에 자리를 잡고 앉아 담배를 피우며 길가를 내다보고 있던완이 먼저 은서를 알아본다.
완의 모습중 은서의 눈에 맨 먼저 띈건 면도가 잘 된 푸르스름한 턱이다.한번도 저렇게 깔끔하게 면도를 한 완의 모습을 본적이 없다.하늘빛이 도는 와이셔츠에 단정하게 얹혀진 청색의 넥타이 차림 또한 처음 본다.반팔 와이셔츠 아래 드 러난 완의 팔에 금빛의 시계 또한 처음 본다.완의 저 팔에는 밤색줄의 시계가 채워져 있었는데.
맞은편에 앉는 은서를 보고 완은 웃을듯 말듯 하다가 이내 무표정이 된다.
완의 뒤나 안으로 저만큼,근처 직장인들인 듯한 넥타이를 맨 남자들이 여럿 탁자에 둘러앉아 있고,또 저만큼,남자와 여자가 둘이 앉아 있고,그 뒤로 여자들끼리 앉아있다.
『뭐 마실래?』 『…….』 은서는 대답 대신 여기저기 흩어져앉아있는 여자들의 손이나 팔 귀에서 찰랑거리는 반지나 팔찌 귀밑의 귀걸이를 쳐다 봤다.
완은 정처없이 떠도는 은서의 눈을 본다.보다가 그녀의 팔을 끌어당겨 두손을 잡는다.완에게 손이 잡힌채로 은서는 허둥대던 시선을 거둬 완을 쳐다 본다.
『너,그러지 마라.』 『…….』 『그러지 마,은서야.』 『뭘그러지 말라는 거지?』 완은 끌어당겼던 은서의 손을 가슴쪽으로더 끌어당기며 고갤 숙인다.
『내가 뭐라고 그렇게 너 자신을 다 걸어.
내가 뭐라고.』 『박선배가 한 말.』 『그만해.』 은서는 완에게 잡힌 손을 와락 빼냈다.너무 세차게 빼내서 은서의 팔이 유리창에 부딪힌다.갑작스런 은서의 저지에 완은 놀라 그녀를 올려다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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