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칵테일] "그린 그린 그래스 오브 홈~" 50代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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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집이 어디냐고? 골프장이야. "

무려 40년 동안 골프장 다리 밑에서 살던 케니 베델(55)은 친구들에게 이렇게 말했을지도 모른다.

AP통신은 13일(한국시간) 미국 플로리다주 마이애미의 팔메토 골프장에서 살면서 골퍼들이 잃어버린 골프공을 팔아 연명해 온 베델이 최근 추방당했다고 보도했다.

베델이 이 골프장에 보금자리를 마련한 것은 1963년. 집을 뛰쳐나온 뒤 마땅히 갈 곳이 없자 골프장에 들어와 살기 시작했다. 인적이 끊긴 밤을 이용해 클럽하우스 내 샤워실과 화장실을 자기 집 시설인 양 사용했다. 9년 전엔 결혼까지 해 골프장 내에 신접살림을 차리고 부인 프랜시스(43)와 함께 거주해 왔다. 골프장 측에서 묵인한 덕이었다. 그러나 "골프 코스에서 낯선 사람을 보고 깜짝 놀랐다"는 회원들의 불평이 이어지자 골프장 측은 베델 부부에게 나가 줄 것을 요청했다. 대신 베델에게 골프장 청소원 자리를 주겠다고 제안했지만 정중하게 거절당했다.

추방 결정을 놓고 골프장 회원들 사이에 찬반이 엇갈리고 있다. 허락도 없이 골프장 내에서 거주하는 것은 잘못이라는 의견도 있지만 베델이 해를 끼친 게 없는데 40년간 살아온 보금자리를 빼앗는 것은 부당하다는 목소리도 높다고 통신은 전했다.

정제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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