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국 와보니 한국인긍지 뿌듯”(촛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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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2면

『이제부터 한국인이라는 사실에 자부심을 가지고 살아갈 겁니다. 그동안 배우려고 하지 않았던 한국말을 배우는 것이 1차적인 나의 의무라고 생각합니다.』
세계한민족청년대회 참가자들의 간담회가 열린 17일 오후 7시 서울 통일연수원.
독일에서 온 이소라양(21·교포2세·대학생)은 늘 먹던 빵도 먹지 못하고 언어마저 통하지 않아 힘들었던 대회를 마치면서 이렇게 말했다.
경실련 주관으로 4일부터 열린 대회에는 미국·러시아·독립국가연합(CIS)·브라질·독일·일본·중국·한국 등 전세계 8개국에서 67명의 한민족 청년들이 참가했다.
대부분이 교포 2,3세들로 식사·언어·사고방식 등이 이미 각각 달라져버린 참가자들은 자신들이 진정한 한민족임을 확인하기 위해 2주일동안 중국과 한국에서 정신없이 바쁘게 지냈다.
첫 1주일은 중국에서 머물며 기차로 8시간,버스로 9시간을 달려도 끝이 안보이는 광활한 고구려 영토에서 조상들의 발자취를 느꼈고 민족의 성산인 백두산을 비롯,광개토대왕비·독립운동의 근거지인 용정시 등을 돌아봤다. 나머지 1주일동안 경주의 신라유적지 등을 둘러보고 15일에는 통일을 염원하는 「인간띠잇기대회」에도 참가했던 이들은 17일 판문점을 찾아가 분단의 아픔을 함께 나눴다.
이민 18년만에 처음으로 한국을 찾았다는 최영길씨(21·브라질·대학생)는 『다른 색깔의 군복을 입은 남·북 군인들이 섞여있는 판문점에서 같은 민족끼리 이념때문에 언제 싸울지 모르는 긴장감이 너무 안타까웠다』며 『한국에 와서야 「피는 물보다 진하다」는 말을 이해했다』고 말했다.
이들은 한결같이 조국의 청년들과 가슴을 터놓고 얘기할 기회가 적어 아쉽기는 했지만 이젠 한국인임을 자랑스럽게 내세울수 있게 됐다고 입을 모으며 이같은 대회가 더욱 확대되기를 바란다고 했다.<이상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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