컵스, 주변 건물주에 승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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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장 밖에서 경기를 보는 것도 일종의 '도둑질'일까. 적어도 재산권 개념이 철저한 미국에서는 아마도 그런가 보다.

메이저리그 최고 인기구단 중 하나인 시카고 컵스가 홈구장 외야 관중석 밖 건물옥상에 돈을 받고 '손님'들을 유치한 건물주들과의 힘겨루기에서 이겼다.

컵스의 경기로 수입을 올리면서도 구단에는 한푼도 안 내고 고스란히 관람료를 챙겼다며 건물주들을 상대로 소송을 냈고, 법원의 판결 이전에 건물주들에게서 '조건부 항복'을 받아낸 것이다.

시카고 지역 유력 신문인 시카고 트리뷴은 13일(한국시간) 컵스가 11개 건물주에게서 연간 2백만달러(약 24억원)에 이르는 관람료를 받기로 합의했다고 보도했다.

이에 따라 앞으로 20년간 이들 건물주는 수입의 17%를 컵스 측에 내야 한다.

"컵스의 야구경기는 구단의 지적 재산이며, 인근 건물주들이 부당이득을 취했다"는 컵스의 주장이 받아들여진 것이다.

'재주는 곰이 부리고 돈은 사람이 챙긴다'는 말처럼 컵스 입장에서는 홈구장 리글리 필드가 내려다 보인다는 지리적 이점을 이용해 연수입 1백40억원 이상의 짭짤한 돈벌이를 했던 인근 건물주들이 눈엣가시였다.

참다 못해 컵스는 2002년 12월 시카고 지방법원에 지적 소유권 침해 등을 이유로 소송을 냈었다.

김종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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