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올 저격수' 이경숙 컴백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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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올 저격수'로 이름을 날린 '아줌마 논객' 이경숙(44)씨가 돌아왔다. '노자를 웃긴 남자'란 책으로 도올 김용옥(중앙대 석좌교수)씨를 힐난했던 바로 그 이경숙씨다.

새로 펴낸 책은 '완역 이경숙 도덕경'(명상.전2권). 예전처럼 김씨를 비판하지 않았다. '노자 도덕경'총 81장을 기존의 해석 틀에서 완전히 벗어나 그야말로 '이경숙 식'으로 완역했다. 기존의 책은 도덕경 21장을 번역하는 데 그쳤었다.

책의 맨 앞에 40개 면에 걸쳐'장자'의 일부를 해석해 놓았는데, 노자와 공자에 대한 이씨 특유의 관점이 선명하게 드러난다. 인의(仁義)를 강조한 공자와 그것의 가치를 폄하한 노자를 유사하게 보는 시각을 이씨는 단호히 거부한다. "인의가 아무리 아름다운 미덕이라 해도 그것이 필요조차 없는 세상보다 더 좋을 순 없다는 것이 노자의 이상향이며 무위(無爲)의 본질"이라는 것이다.

문제는 한문 문법이다. 처음 이씨의 독특한 화법에 혹했던 강단의 연구자들도 지금은 대체로 이씨의 '파격적 문법'을 인정하지 않고 있다. 하지만 전공자가 아닌 이씨가 도덕경 81장을 풀어가는 '신기(神技)'에 가까운 솜씨를 감상하는 것은 학계의 논의와는 별도의 재미를 선사한다.

배영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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