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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하나의 '비자금 상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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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검찰이 대우건설 압수수색에서 비자금의 사용처 등을 기록한 장부를 압수한 것으로 전해졌다. 여기에는 불법으로 조성한 비자금을 받은 정치인들을 추적할 수 있는 단서도 들어 있다는 게 검찰 측의 설명이다.

수십억원대에 달하는 불법 정치자금 내역이 기록된 '판도라의 상자'를 검찰이 압수함에 따라 총선을 앞두고 정치권에 한 차례 '대우건설 비자금 태풍'이 몰아칠 것으로 보인다.

대검 중수부(부장 安大熙검사장)는 대우건설이 지난해 대선 때 이회창.노무현 양 후보 진영에 각각 15억원과 1억7천5백만원의 불법 대선자금을 전달한 사실을 확인했다고 13일 밝혔다.

검찰 관계자는 "대우건설 관계자들에게서 대선 직전 李후보의 법률고문이었던 서정우(徐廷友)변호사에게 7~8차례에 걸쳐 현금 15억원을 전달했다는 진술을 확보했다"고 설명했다.

검찰은 또 노무현 후보의 측근이었던 안희정(安熙正)씨가 이 회사에서 2002년 4, 5, 11월 등 세 차례에 걸쳐 1억7천5백만원을 받은 혐의도 포착했다. 검찰은 "이 돈은 盧후보의 당내 경선 및 대선 자금 명목으로 쓰인 불법 정치자금"이라고 밝혔다. 安씨는 이미 검찰에서 "돈은 받았지만 대우건설 돈인지는 몰랐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安씨가 대우건설에서 받은 1억7천5백만원 가운데 1억5천만원은 그동안 安씨가 받은 것으로 밝혀진 불법 대선자금 18억4천만원에는 포함되지 않은 돈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安씨가 지난해 대선 이전에 받은 불법 대선자금은 19억9천만원으로 늘었다.

검찰은 이와 함께 불법 대선자금 수사를 위해 이날 서울 잠원동 M산업 등 롯데건설 하도급 업체 다섯 곳을 압수수색했다. 검찰은 또 부산지역 한나라당 국회의원 두명이 불법 대선자금 모금에 연루된 단서를 잡고 조만간 이들을 소환조사할 방침이다.

한편 서울지검 특수2부(蔡東旭부장)는 대우건설의 사업을 도와주는 대가로 불법 정치자금 수억원을 받은 혐의가 포착된 열린우리당 송영진(宋榮珍)의원을 14일 소환조사한다고 발표했다.

검찰 관계자는 "宋의원에게 13일 오전에 출두하도록 통보했으나 연락을 끊고 잠적함에 따라 宋의원 가족에게 내일 출석하도록 다시 통보했다"고 말했다. 검찰은 宋의원이 14일에도 출두하지 않을 경우 법원에서 체포영장을 받아 신병을 확보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문병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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