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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식인들 상, 하』 폴 존슨 지음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0면

위대한 지성을 갖췄다는 사람들은 일상 생활에서도 남들이 우러러 볼만한 지성의 빛을 발했는가.
영국의 유명한 저널리스트로서 사람 관찰에 일가견이 있는 폴 존슨은 분명히 아니라고 말한다.
영국 「뉴 스테이츠맨」의 편집장을 지낸 존슨은 1988년 자신이 쓴 『지식인들』이란 책에서 18세기 이후 인류의 지성사를 밝히며 역사를 주도해왔던 지식인들이 일상의 삶에서는 반지성적이기 그지없었다는 사실을 폭로하고 있다.
존슨의 험구에 오른 대표적 지성인은 프랑스 혁명의 사표였던 장-자크 루소에서부터 카를마르크스·톨스토이·어니스트헤밍웨이·베르톨트 브레히트·버트런드 러셀·장 폴 사르트르·조지 오웰·노엄 촘스키 등 20명. 자유인 또는 정신적인 모험가로 불릴 수 있는 이들은 지식인들임에 틀림없다.
그러나 존슨은 이 책에서 서구지성사에서 내노라 하는 이들의 가정·친구·동료와의 관계, 이성 관계, 금전 문제 등을 세밀히 관찰한 뒤 이들이 자신들의 사상과는 너무 동떨어진 부조리한 삶을 살았다는 결론을 내리고 있다.
문학에서 시작해 「그리스도의 나라를 지상에 세우는 것」이 삶의 목표였던 톨스토이는 도박은 물론 평생 주체할 수 없는 성욕에 시달리며 자신의 사생아도 외면한 채 끊임없이 인류애를 이야기한 이상한 사상가로 묘사돼 있다.
또 「만국의 노동자여 단결하라」고 외친 마르크스의 경우 그의 집에는 평생 임금 한 푼 못 받고 노동력을 착취당한 가정부가 있었다. 프랑스 혁명의 지도자들이 정신적 스승으로 모신 루소의 경우 지독한 자기 연민에 빠져 남의 동정심, 특히 젊은 귀부인들의 시선을 끄는데 온통 정신이 팔려있었으며 인류를 사랑한다면서도 남들과 싸움 잘하기로 소문난 사람이었다는 것.
존슨은 지성 모독으로 비칠 이런 사실들을 저자의 지적 편견이 아닌 현존하는 방대한 자료를 통해 입증해 보임으로써 일반이 가진 지성에 대한 경외심을 일종의 빗나간 환상으로 1백80도 바꿔놓고 있다.
저자는 철저하게 인본주의 입장에서 현대 사상의 설계자들인 이들 지식인에게 씌워진 카리스마를 벗겨 보임으로써 어느덧 인간 위에 군림하게된 이들의 사상과 철학을 인간을 위한 것들로 끌어내리기를 시도하고 있다.
이 책은 영국에서 출판된 후 미국·일본·프랑스 등에서도 차례로 출판돼 큰 파문을 일으켰는데 국내에서는 언론인 출신인 김욱씨가 번역했다. <한언 출판·상하 각 5천8백원><윤철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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