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은 ‘부부 위기’의 달?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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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호 02면

이혼소송 접수와 협의이혼 신청이 8월에 가장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11일 서울가정법원에 따르면 지난해 8월 가정법원에 접수된 이혼소송은 모두 978건으로 연중 가장 많았다. 월평균 이혼소송은 850건 수준으로 900건을 넘는 것은 8월과 3월(917건), 9월(932건) 등 세 달이다.

이혼소송·협의이혼 연중 최다 …“휴가와 불쾌지수, 성욕저하 탓”

협의이혼 신청도 지난해 8월 710건 접수돼 가장 많았다. 이어 3월(648건)과 6월(642건), 11월(639건) 순이었다. 8월의 신청 건수는 가장 적었던 4월(551건)과 비교하면 29%나 많은 것이다. 2005년의 경우 8월 협의이혼 신청이 652건으로 3월(689건)에 이어 가장 많아 8월이 부부관계에 경고음이 울리는 달이란 사실을 뒷받침했다.

서울가정법원 김영훈 판사는 “설과 추석 직후인 3월과 9월에는 ‘명절 스트레스’의 영향으로 이혼소송이 많은 것으로 알려져 왔으나 최근 8월에 부쩍 늘어나고 있다”며 “판사들도 그 원인을 궁금해한다”고 전했다.

이혼전문 변호사인 김삼화 변호사는 휴가 후유증을 원인으로 꼽았다. 평소에는 저녁 시간에만 접하다가 휴가 때 하루 종일 함께 지내면서 그간 마음속에 잠복해 있던 ‘나쁜 감정’이 표출되기 쉽다는 설명이다.

김 변호사는 “실제로 이혼 상담을 해보면 휴가 때 다퉈서 ‘더 이상 못 살겠다’며 이혼을 결심한 경우가 많다”며 “휴가에 대한 기대감이 부풀었다가 실망감으로 바뀌는 것도 부부싸움을 증폭시킨다”고 했다.

A씨 부부는 지난해 여름휴가 때 부모와 함께 해외여행을 떠났다가 심각한 부부갈등을 겪었고 결국 이혼소송 끝에 갈라섰다. A씨는 재판 과정에서 “이전부터 아내의 심한 욕설에 시달려오다 부모님 앞에서 행패를 부리는 것을 보고 결혼생활을 계속하기 어렵다는 결론을 내리게 됐다”고 말했다.

강동우 성의학클리닉 원장은 여름철에 불쾌지수가 높은 데다 성욕이 위축되는 등 ‘고온다습’한 날씨의 영향이 큰 것으로 진단했다. 강 원장은 “성기능 장애로 진료를 받는 부부가 많은 평소와 달리 7~8월에는 부부갈등과 ‘섹스리스’ 문제로 찾아오는 부부가 60~70%나 많다”며 “무더위로 인해 잠을 설치고 남성호르몬이 잘 분비되지 않으면 성욕저하와 함께 부부갈등을 빚기 쉽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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