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코니석에서] 1, 2층 대부분이 35만원 짜리라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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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2월 28~29일 세종문화회관 대극장(3천1백60석) 재개관 페스티벌의 일환으로 열리는 빈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지휘 오자와 세이지) 내한공연의 입장권 가격은 제대로 매겨진 것일까.

최고가인 R석이 지난해 예술의전당 공연(30만원)에서 5만원이 오른 35만원으로 책정된 데 대해 주최사인 MBC 측은 "유로화 환율이 지난해 1천3백원에서 올초 1천5백원으로 올랐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경기침체로 기업 협찬을 따내기도 예전 같지 않다는 것이다.

R석 35만원이라면 비슷한 시기에 빈필이 방문하는 일본.대만.싱가포르의 경우와 비교해도 가장 비싼 편이다. 오는 3월 4일 싱가포르 에스플러네이드 콘서트홀(1천8백석)의 최고가는 2백 싱가포르 달러(약 14만원). 지난해 4월 대만 공연의 최고가는 7천2백 대만 달러(약 25만원). 지난해 11월 도쿄 산토리홀(2천6석) 공연의 R석은 3만1천엔(약 31만원)이었다.

도쿄 공연의 경우 산토리홀이 빈필과 3년간 계약해 매년 열고 있는 '빈필 주간(週間)'의 일환이다. 자체 기획공연인 데다 모기업인 산토리사에서 적잖은 지원금을 내놓고 있다. 하지만 서울 공연은 세종문화회관이 재개관 페스티벌 참가작으로 MBC와 공동주최하는 공연이지만 제작비 지원은커녕 대관료 면제 혜택도 없다. 결국 빈필의 비싼 개런티가 고스란히 관객 부담으로 돌아온 것이다.

그렇다고 '가격 상한제'를 도입하자는 얘기는 아니다. 하지만 최고가에 대한 여론의 따가운 시선을 의식한 나머지 객석 1~2층의 대부분을 R석으로 정한 것은 '눈가리고 아웅'하는 격이다.

MBC 측은 "예매가 빠를수록 좋은 자리를 주겠다는 취지"라고 해명했지만 궁색한 변명처럼 들린다. 유명 악단이면 무조건 사고 보는 관객의 허영심을 이용해 R석을 고무줄처럼 늘이는 기획사.공연장 때문에 음악애호가들의 설 땅이 점점 좁아지는 것 같아 안타깝다.

공연에 따라 최고.최저 가격의 폭이 달라질 수는 있지만 무대와의 거리나 시야.음향 조건을 고려한 객석 등급은 일정한 기준에 따라 세분화돼야 한다.

지금처럼 4~5등급으로 티켓 가격이 매겨진다면 R석이 고무줄처럼 늘어나는 것을 막지 못할 뿐만 아니라 같은 돈을 내고도 상대적으로 나쁜 자리에 앉는 관객이 많아질 수밖에 없다.

이장직 음악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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