궁중의상 만들기 “집념 20년”/패션쇼 준비중인 홍주표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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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1면

◎상감마마·포졸복등 원형 재현/86·88대회 의상퍼레이드 연출
『우리 조상의 멋과 얼이 서려있는 전통의상이 푸대접을 받고있는 현실이 안타까워 한복연구에 매달렸지요.』
조선시대 궁중예·가무·어사복 등 전통의상 고증과 재현에 열정을 쏟아온 홍주표씨(47)는 10월의 「궁중의상 패션쇼는 20년 넘게 모든 정열을 쏟아넣은 결과를 다른 사람에게 평가받는 시험대로 삼겠다』고 했다.
궁중의상 패션쇼는 지금까지 열리던 한복패션쇼와는 달리 고증을 거쳐 만든 궁중예복을 선보이게 돼는데 홍씨가 사비 4천만원을 들여 4년간 준비한 40여벌의 의상들이 소개된다.
홍씨는 5평 남짓한 대구시 중구 대신동 「신라의상방」을 경영하면서 지방에서는 유일하게 전통복장을 연구하고 이를 재현하는 작업을 20년째 해오고있다.
그가 전통복장에 관심을 갖게된 것은 군에서 제대한 26세때부터.
『옛 어른들이 목화를 따 베를 짰던 모습이 기억에 남아 천을 만지는일을 시작했지요. 게다가 판소리·창을 좋아해 소리꾼이 있는 고은 어느 곳이든 찾아가 구경하면서 이들이 입고있던 우리 옷차림에 반해 더욱 매달리게 되었습니다.』
70년대초까지만 해도 한복을 찾는 사람이 많았으나 그 당시에도 그는 고집스럽게 돈 안되는 상감마마복·두루마기·포졸들이 입는 의상의 재현에만 매달렸다.
『악학궤범』 『한국의 갑위』 등 전통의상·복식사에 관한 책을 찾아 당시 문화공보부(현 공보처)의 도서관을 뒤지고 의상과 관련된 유물이 발견된 분묘발굴 현장에는 멀다않고 뛰어다녔고 그동안 읽은 책만도 3백여권.
홍씨는 분묘발굴 현장마다 달려가 사진을 찍어 분석하고 의심이 나면 대학을 찾아다니며 교수들과 머리를 맞대고 의논을 한 결과 5백여가지의 전통복장을 재현,이제 이 분야에 관해서는 자부심을 갖게 됐다고 한다.
홍씨의 유일한 수입원은 대구시립국악단·놀이패 등이 가뭄에 콩나듯 주문하는 연주복들을 만들어 납품하는 일.
이 때문에 돈벌이가 없어 어려움도 많았지만 오직 한우물을 파는 그의 외길은 변함이 없다.
그러나 이같은 집념 덕분에 홍씨는 손수 재단을 하며 대구시 달구벌축제와 초·중·고교 학예발표회,86아시안게임,88올림픽 등 행사에서 상감마마 행차 등 독특한 기획과 의상연출을 도맡아 소중한 「우리것」을 보여주기도 했다.
특히 88올림픽 성화봉송때 대전에 도착한 성화를 관찰사복 차림의 당시 심대평 충남지사가 포도대장·포졸들이 도열한 가운데 충남도청에 안치하는 행사에서 연출과 의상제작까지 맡아 88서울올림픽 기장을 수상하기도 했다.
『지난 4년동안 준비한 의상들의 미흡한 점을 보완해 10월께 패션쇼를 열 예정』이라는 그는 『언젠가 의상을 주제로 한 영화를 만들어 볼 생각』이라고 옷에 대한 집념을 불태우고 있다.<대구=홍권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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