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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재자 무가베의 김일성 모방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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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아프리카 짐바브웨의 독재자 로버트 무가베(사진 (左)) 대통령이 북한 김일성(右).김정일 부자를 모방하고 있다고 R W 존슨 옥스퍼드대 석좌교수가 9일 월스트리트 저널 기고에서 밝혔다. 다음은 기고 요약.

무가베는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과 마찬가지로 '경애하는 지도자'로 불리고 있다. 또 김일성 부자의 생일을 기념하는 국가 행사를 본받아 자신의 생일(2월 21일)에 전통 의상을 입은 여성들의 집단 체조와 군사 퍼레이드를 펼치고 있다.

짐바브웨의 고위 공무원 사무실을 방문한 사람들은 책상 위에 '주체! 김일성 선집' 영어판이 펼쳐져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짐바브웨 정부 관계자는 "일부는 주체 사상을 신봉하나 많은 공무원은 대통령이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기 위해 공부한다"고 말했다.

그는 김일성이 1994년 사망하자 부통령을 위원장으로 하는 추모위원회를 만들었다. 위원회는 이후 일 년에 한 달을 특별 애도기간으로 정해 김일성의 영생을 기원하는 강연과 세미나, 추모식을 열고 있다. 집권당 내에는 주체위원회도 있다.

무가베가 국제 원조를 거부하다가 받아들인 것도 북한과 비슷하다. 세계식량기구(WFP)가 2004년 굶어 죽는 사람이 속출하는 짐바브웨를 원조하려 하자 무가베는 "식량이 충분하다"며 거부했으나 지금은 대규모 원조를 받고 있다. 김일성도 1990년 중반 대기근이 발생했을 때 아사자가 있다는 사실 자체를 부인하고 원조를 거부했다.

그의 김일성 숭배는 짐바브웨가 독립한 80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초대 총리로 북한을 방문한 무가베는 집단 체조에 감명을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한 측근은 "북한 방문 뒤 무가베 대통령은 일반 지도자에서 유일 지도자를 꿈꾸는 사람으로 완전히 변했다"고 전했다. 무가베는 북한의 권력 승계와 같이 선거 없이 자신이 후계자를 지명할 수 있도록 하는 헌법 개정을 추진하고 있다. 짐바브웨에 다행이라면 그가 권력을 이어받을 자녀가 없다는 점이다.

정재홍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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