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아대책기구」 2천년까지 1천명 파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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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한국 「기아봉사단」 제3세계 간다/대학생·직장인 57명 구슬땀 훈련/“6·25때 진 「사랑의 빚」 이제 갚을때”
헐벗고 굶주리는 지구촌 이웃들에게 「떡과 복음」을 전하기 위한 기아봉사단 지망자들이 한여름 무더위로 잊은채 훈련받고 있는 경기도 남양주군 풀무원농장.
전쟁이나 기아로 인한 세계적 재난의 현장에 뛰어들어 현지인들과 함께 생활하며 인류애를 나눌 기아 봉사단원들로 파견되기 위해서는 현지언어 등 실제활동과 관련한 2차 미국훈련에 앞서 반드시 거쳐야하는 이 훈련(7월7∼16일) 참가자 남녀 57명은 대학생과 직장인이 대부분으로 한결같이 진지한 표정들이었다.
국제기아대책기구 훈련담당대로 밀려 부총재 등 3명의 외국인을 포함한 국내외 강사진들이 영어를 사용,강의와 토론 중심으로 진행. 생소한 문화권으로 들어갈때 겪게 마련인 문화적 충격에 대비하기 위한 「캄페이 게임」을 비롯해 기독교적 「섬김」을 실천하는 자세,아프리카 각국과 제3세계의 식사법,굶주림을 해결하기 위한 장기적·종합적 안목의 개발방안 등을 익히며 어떤 상황에서도 적응할 수 있는 잠재력을 기르느라 구슬땀을 흘렸다.
지금까지 구호기금이나 식량을 외국에 보내온 국내단체들은 적지않으나 봉사단원을 직접 현지에 파견한 것은 한국 국제기아대책기구(회장 최태섭)가 처음. 92년 10월에는 우간다,지난 2월에는 소말리아에 기아봉사단원을 1명씩 파견했으며 점차 그 숫자를 늘려 2000년까지는 1천명의 기아 봉사단원들을 일반 선교사들조차 발붙이지 못했던 지구촌 구석구석까지 파견한다는 계획이다. 지역민들에게 구체적인 도움을 통해 자립의지를 심어줘야하므로 기아봉사단원이 되려면 신학·농업·토목·의료·축산·임업·컴퓨터 등 다양한 분야의 전문지식을 적어도 한가지는 갖추는 것이 필수.
○전문지식 갖춰야
이번 기아봉사단 훈련에 참가한 김기대씨(24·경상대 수의학과 3)는 『평소 가난과 우리 농촌문제를 남다른 관심이 있었는데 그보다 훨씬 심각한 제3세계의 현실을 알고보니 뭔가 도움이 되고싶어 이 훈련에 참가했다』고 말한다.
기아봉사단 훈련을 위해 한국에 온 밀러 부총재도 『활동역사가 24년이나 된 미국 국제기아대책기구의 후원자가 5만명 정도인데 한국은 3년만에 이미 5만명을 넘어섰다는 사실이 놀랍다』고 말한다.
국내 최초의 외국 원조법인체로 인가받은 한국 국제기아대책기구는 90년 3월부터 기금 모금을 시작한 이래 후원자가 91년말에는 1만2천명,92년 말에는 3만3천명으로 급증,6월말 현재 5만명을 넘어섰다. 기금 모금공연·자선 달리기 등의 행사를 거듭하면서 계속 늘어난 후원회원들 가운데 자신의 이름과 신분을 감춘채 든든한 후원자 구실을 하고 있는 회원만도 2만여명. 후원회원들은 다달이 1천원이상을 내거나,기아대책기구가 무료배포하는 반그릇모양의 「생명의 양식」 저금통이 가득 찰때마다 온라인을 통해 후원금을 보낸다.
이런 식으로 모금된 구호기금으로 90년에는 7개국에 15만달러,91년에는 16개국에 63만달러,92년에는 27개국에 1백10만달러를 보냈다. 올해는 1백80만달러에 이르는 구호기금 및 물자를 스리랑카·베트남·아르메니아·몽고에 이어 필리핀·중국·브라질·우주베크 등에 보낼 예정.
특히 소말리아·우간다·케냐·모잠비크 등 아프리카 각국에 30만달러를 지원하면서 한국기아대책기구 실무자와 후원자들이 지난달 29일부터 8월20일까지 이 참혹한 현장을 방문,앞으로 좀더 효과적으로 지원하기 위한 방안을 모색할 것이라 한다.
또 7월19일부터는 서울역·탑골공원·남산 등 서울시내 각지의 결식노인·가출청소년·걸인들에게 무료식사를 제공하는 「사랑의 만남 초청잔치」를 벌이는 등 국내 구호사업도 시작,올해말까지 약 2억원을 한국에 굶주리는 이웃돕기에 투입할 계획.
○민간외교 성과도
한국 국제기아 대책기구 정정섭부회장은 『기아봉사단 파견이나 외국 원조사업은 원래 순수한 사랑으로 출발했지만 국위선양이라든가 민간외교 차원에서도 상당한 성과를 거두고 있어 보람과 긍지가 크다』고 말했다. 『해방직후와 6·25당시 국제적으로 「사랑의 빛」을 많이 진 우리가 이제 그 빛을 갚을 때』라는 정 부회장은 『만성적 기아로 시달리는 사람들을 위한 「개발원조」보다는 전쟁이나 가뭄으로 굶주리는 사람들을 위한 「긴급구호」에만 관심이 쏠리고,부자보다는 가난한 사람들이 더 열심히 돕는 일에 나선다』며 아쉬워한다.
「지구촌의 굶주린 이웃에게 떡과 복음을」이라는 구호아래 1971년 설립된 국제기아대책기구(본부 스위스 제네바·총재 데스나오 야마모리)와 협력해 긴급 식량원조 및 자립을 위한 개발사업을 지원하며 선교활동을 겸하고 있는 한국국제기아대책기구(544­6721)는 2000년까지 연간 1천만달러의 해외원조를 하겠다는 목표아래 구호기금을 모으고 있다.<김경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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