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서지 무인판매신문 “슬쩍” 추태(속/자,이제는…:15)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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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주인없는 틈타 공짜로 집어가/주변서는 빤히보고도 “모른척”
7일 오후 3시쯤 경기도 양평군 옥천면 신복리 소재 Y콘도 1층로비에서는 20대청년 2명과 40대 후반의 주부가 심한 말다툼을 벌이고 있다.
이곳에 설치돼 있는 신문 무인판매대에서 청년2명이 돈도 내지않고 신문2부를 「슬쩍」 집어가는 것을 옆에 있던 주부가 발견하고 나무라면서 언쟁이 벌어진 것. 『아줌마가 신문주인이오. 남의 일에 참견마쇼.』
정당한 주의를 주는 이웃에 오히려 기를 쓰고 대드는 젊은이들 모습은 보기에도 어이가 없을 정도다.
이 콘도에서 16㎞ 거리인 양평읍에 있는 J·K·D일보 양평지국에서 4년전부는 당시 콘도를 찾던 이용객들의 요구로 이곳에 신문 무인판매대 6개를 설치,오토바이를 타고 하루 총3백부(6만∼9만원)의 신문을 갖다 두고 있다. 판매대 설치 초기만해도 하루 총 1마원 가량의 동전이 쌓였으나 최근 들어서는 하루 총 3∼4천원이 고작이라는 것이다.
인근 개군면 공세리 D콘도에서 2개의 신문무인판매대가 있지만 주인이 없는 틈을 타 대수롭지 않게 신문을 공짜로 집어가는 꼴불견을 쉽게 볼수 있어 양식있는 이용자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휴가를 맞아 이곳에 가족과 함께 찾은 L모씨(45)는 『콘도를 찾는 사람들은 대개 중·상류층이며 일반적으로 교육수준도 높은 편이지만 남의 물건을 아무 죄의식없이 가져가는 것을 보면 우리 사회의 양심실종의 현주소를 보는 것 같아 안타깝다』며 『특히 아이들이 보고 무얼배울까 조바심이 난다』고 했다. 앞서의 주부처럼 잘못된 행동을 꾸짖는 경우도 거의 찾아볼 수 없다는 것도 문제다. 대부분의 경우 사람들이 있거나 없거나 신경쓰지 않고 예사로 남의 것을 집어가고 있으며,많은 경우 이를 옆에서 보고도 공연한 충돌을 염려해 입을 다무는 형편이어서 시민의식 실종의 한 단면을 그대로 드러내고 있다.<전익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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