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8년만의 일 비자민 정권(사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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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영원한 정권은 없는 법이다. 지난 38년동안 일본을 지배해온 자민당정권을 대체하려는 젊은 세대들이 연합하여 6일 새총리를 선출,일당 장기집권을 마감했다.
7개 정당의 연립내각으로 이루어질 호소카와(세천호희) 정권의 등장은 그동안 일본정치의 특징으로 이컬어지던 장로들의 밀실정치도 끝났음을 의미한다. 이는 그동안 일본정치의 고질로 일컬어지던 파벌안배,정경유착,금권에 의한 정치가 한계에 이르렀음을 뜻한다. 아울러 대립적인 냉전체제가 해소되고 새로운 국제질서가 형성되면서 구시대를 정리해가는 과정이기도 하다. 지난 2년동안 유럽의 여러나라를 비롯,한국 등에서 선거를 통해 거의 예외없이 정권이 바뀌고 있는 것도 같은 맥락에서 볼 수 있다.
그런 면에서는 우리도 마찬가지지만 이는 모든 세계 시민의 기존질서가 체제에 싫증을 느끼고,새 시대에 맞는 변화를 갈구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앞으로의 관심은 그러한 기대 속에 등장한 새로운 정권들이 각국 국민들의 욕구를 얼마나 채워줄 수 있는가 하는 점이다.
특히 일본에서의 새 정권 등장은 대외적으로 비단 이웃한 우리 뿐 아니라 세계 시민의 지대한 관심을 끌고 있다. 경제적으로 세계 경기를 좌지우지할 수 있는 대국일 뿐 아니라 잠재적인 군사대국으로 국제적인 안정을 확보하는 중요한 요소이기 때문이다.
시각에 따라서는 이번의 새 정권이 이질적인 요소가 많은 정당끼리 국내 정치개혁을 목표로 급히 연합했기 때문에 과도적 성격을 가진 단명내각이라 볼 수 있다. 따라서 새로운 정권아래서는 대외정책이 기존 자민당의 정책노선에서 그다지 벗어나지 않을 것으로 추측하고 있다. 그러한 노선은 7당 대표들이 이미 밝힌바 있어 적어도 단기적으론 변화가 없을 것으로 봐도 틀리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장기적으론 지금과 같은 일본의 정치상황은 결국 보수양당제로 가는 과정으로 파악하는 견해가 많다. 그 과정에서 주목되는 것은 이번 연정을 주도한 세력이 「총체적 대국」으로서의 일본을 추구하고 있다는 점일 것이다. 일본의 국력에 맞게 국제적 역할을 떠맡아 유엔평화유지군 활동을 강화하고 대미 「종속외교」에서 벗어나 자주성을 확보해야 한다는 것이 그들의 정책이다.
원칙면에서 말하자면 나라 형편에 맞게 국제적 역할을 맡고 공헌한다는건 당연한 것으로,남이 탓할 일은 아니다. 또 우리가 두려워만 할 일도 아니다. 다만 그것은 과거처럼 일본만을 중심으로한 국가주의적인 발상과 연결되지 않고 우호적인 선린관계를 추구한다는 전제에서다.
아직도 많은 나라들이 개운치 않은 일본의 과거 역사인식에 대해 우려하고 있는 상황에서는 경제적 부를 공유하고,환경개선 등의 국제활동에 앞장서는 세계적 문민대국으로서의 일본을 기대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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