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적게드는 정치” 시동(일본 새정치:3)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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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파벌없애 정경유착 막자” 공감/소선거구·비례대표 병립제 각당 합의/구역분할·공천·헌금문제가 숨은 “암초”
호소카와 모리히로(세천호희)정권은 정치개혁 정권으로 불린다. 정치개혁이라는 공약수 하나로 수많은 정책의 차이점에도 불구하고 7개당이 연정수립에 합의했기 때문이다. 정치개혁을 위한 탄생한 정권이므로 어떤 형태로든 정치개혁은 실현될 것이다.
연립정권의 열쇠를 쥐고 있는 일본신당과 신당 사키가케는 지난 23일 차기 연립정권은 정치개혁 정권이라고 성격을 분명히 한뒤 연정참여 조건을 내세웠다. 이들은 ▲소선거구 2백50,비례대표 2백50석의 소선거구제·비례대표 병립제 ▲정치부패 방지를 위해 정치자금 규정법 위반자에 대한 벌칙강화 ▲기업 및 단체의 정치헌금 금지 등을 골자로 한 정치개혁안을 제시했다.
○“연내 개혁입법”
사회·신생·공명·민사·사민연 등 5개 정당은 정권교체와 정치개혁이라는 대명제를 실현하기 위해 즉각 이를 당의결로 결정했다. 종전까지는 단순 소선거구제를 주장해왔던 자민당도 총선 패배후 정치개혁에 대한 민의를 실감,이를 받아들이기로 했다.
호소카와는 지난 29일 연립정권의 총리후보로 결정된뒤 오는 9월 임시국회에서 정치개혁 관련법안을 통과시켜 연내에 선거제도를 개혁하겠다고 공언했다.
일본 정치개혁은 한마디로 돈 안드는 정치제도를 만들자는 것이다. 자민당 장기집권체제 아래서 잇따라 발생한 각종 정치부패 스캔들은 근본적으로 돈드는 정치에서 비롯된 것이다. 따라서 정치개혁의 초점은 이를 어떻게 하면 근절시키느냐로 모아지고 있다. 일본의 여론을 파벌간 정권교체로 38년간 일본을 지배해온 자민당의 파벌정치를 정치부패의 근원으로 보고 있다. 파벌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돈이 들고 이는 정·재·관의 유착으로 이어져 부패를 낳는다는 것이다. 자민당의 파벌은 현재 한선거구에서 2∼6명씩 뽑는 중선거구제에서 비롯된다는 것이 중론이다. 자민당이 과반수 의석을 유지하려면 한 선거구에 수명의 후보를 공천하지 않을 수 없다. 이는 자민당 후보가 야당과는 물론 같은 자민당 후보끼리도 심한 경쟁을 하지 않을 수 없게 만들어 선거를 당 중심이 아니라 파벌중심으로 치르게 한다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파벌영수는 자파의원을 당선시키기 위해 막대한 자금을 지원하게 되고 이같은 지원으로 당선된 의원은 자민당총재 선거에서 영수를 위해 신명을 바치는 것이 일본의 정치풍토다.
○당중심 선거유도
이같은 자민당의 파벌을 없애기 위해서는 선거가 당중심으로 치러져야 하고 이를 위해서는 소선거구제와 비례대표제를 혼합한제 제도도입이 필수적이라는데 대체적인 합의가 이뤄져 있다. 자민당은 정당 난립상태에서 자파에 절대 유리한 단순 소선거구제로 하자고 주장해왔다. 비례 대표의원수를 많이하면 할수록 군소정당이 난립하고 자민당은 불리해진다. 따라서 자민당은 가능한한 비례대표 의원수를 적게 하려고 시도할 것이다. 소선거구제가 도입되면 의원수가 많은 자민당은 선거구 분할과 공천에서 큰 어려움을 겪고 분열될 가능성도 있다.
자민당이 한때 일본신당과 신당 사키가케의 제안을 받아들였으나 이는 어디까지나 연정실현을 위한 것이다.
이미 자민당내에서는 『연정이 무산된 지금 일본신당 등의 제안을 수용키로 한 것에 구애받을 필요가 없다』는 소리마저 들려오고 있다. 비자민 연정측이 힘으로 이를 밀고 가려한다 하더라도 가까스로 과반수가 넘는 실정이므로 자민당의 협력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한편 소선거구·비례대표 의석수가 각각 2백50석인 일본신당과 신당 사키가케의 제안이 실현된다 하더라도 선거구 분할이라는 암초가 기다리고 있다. 이는 의원들의 정치생명과 관련된 사항이므로 아무리 명분이 중요하다고 하더라도 간단히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 자민당은 물론 사회·신생·공명·일본신당·민사·신당사키가케 모두가 이 문제만큼은 간단히 양보하려 하지 않을 것이다. 잘못하다가는 이 과정에서 연정이 붕괴될 가능성도 있다.
○자민은 사할걸려
선거제도문제 이상으로 정치개혁을 가로막는 암초는 기업과 단체의 정치헌금 금지문제다. 자민당으로서는 사활이 걸린 문제다. 사회당과 공산당 등 기업의 정치헌금과 무관한 당은 이에 절대 찬성이나 신생당은 지난번 총선에서 경제단체에 헌금을 요청하는 등 정치자금에 관한한 자민당과 뿌리를 같이 하고 있다. 자민당은 지난 총선에서 경단연의 헌금을 전제로 은행에 2백억엔의 융자를 신청했었다. 정치개혁이란 총론에서는 모두가 보조를 맞추고 있으나 어떻게 하느냐는 각론에 들어가서는 각당이 이해관계로 불협화음이 크게 일 것이다.
따라서 여론에 밀려 하긴 하되 당초의 자세와는 다른 정치개혁으로 끝날 가능성도 많다.<동경=이석구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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