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작용 예측않은채 인기에만 영합/취지 빗나간 「입법」남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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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토초세 뜯어고치고 윤리법은 “정치개정”/당리얽힌 졸속심의 문제
최근 토초세파동을 계기로 정부와 국회의 입법심의 과정이나 입법자세에 문제점이 많다는 비판이 일고 있다. 정부·국회는 입법 취지에 따른 결과의 예측 소홀로 토초세법 시행령처럼 시행 단계에서 또다시 뜯어 고치는가 하면 정당간 당리당략에 얽매여 졸속심의를 예사로 해온 관행을 문민시대에는 반드시 개혁해야 된다는 여론이 높다.
이로 인해 조세저항·국가 예산 낭비 등 엉뚱한 부작용이 적지 않고 정부나 정치권에 대한 국민의 불신을 자초하고 있다.
이세중 대한변협회장은 2일 『앞을 내다보지 못한 응급처방식 졸속 입법과 정부의 운영상 잘못이 토초세에 대한 조세저항을 불러 왔다』고 지적,『입법과정에서 이같은 문제점들이 충분히 사전 검증됐어야 했다』고 말했다.
이 회장은 특히 『지가상승때의 불로소득에 대한 과세가 토초세의 본래 입법 목적이었다』며 『그럼에도 정부가 최근 2년간 지가 상승이 거의 없는 현실을 무시하고 과거의 공시지가가 낮았다는 이유로 이를 올린 것은 소급입법과 마찬가지』라고 비판했다. 여야 정당간 당리당략적 입법 심의행태를 우려하는 견해도 있다.
서울대법대 권영성교수(헌법학)는 『그동안 정치적 목적들에 의해 제정·개정된 법률이 적지 않았다』며 『헌법의 경우 정치적 색채를 띨 수밖에 없지만 실생활과 밀접한 일반법률들에 대해서는 정치적 요소들이 배제돼야 한다』고 말했다.
최근들어 정치적 고려에 의해 법이 개정된 것은 공직자윤리법이 대표적 예다. 통일된 재산 산정기준 없이 정치적 고려에 따라 재산을 공개한뒤 법을 개정해 2중 공개가 불가피해 졌기 때문이다. 또한 윤리위원들의 수당 등 올해만도 2백억원의 예산이 필요한데다 그나마 사회 저명인사들이 윤리위원 지명을 기피하고 잇는 실정이다.
정부의 한 관계자는 『과거 정부에서 입법사항까지도 행정조치로 대신하는 예가 없지 않았다』고 밝히고 『5·8조치의 경우 국민 재산권행사와 밀접해 마땅히 입법과정을 거쳐야 했다』고 말했다.
최종백변호사는 『인기영합식 입법이나 무분별한 일본 등 외국의 일법례만 참고해 우리 현실과 동떨어진 입법사례가 많다』며 『특히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법 등 형사 특별법은 무리하게 형량만 높여 오히려 비현실적인 법이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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