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스트로가 변하고 있다/“사회주의보다 「빵」이 시급”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6면

◎식량난 쿠바 국민상당수 영양실조/병력삭감 서두르며 대미 유화손짓
「사회주의가 아니며 죽음을」이란 구호로 33년간 권좌를 지키고 있는 피델 카스트로 쿠바 대통령이 변하고 있다.
지난 26일로 혁명 40주년을 맞아 골깊은 경제위기에 빠져있는 쿠바. 이러한 상황을 보다못한 카스트로 대통령이 급기야 「생존을 위한 정책변화」를 선언하며 사회주의 수정을 시사해 주목을 끌고있다.
카스트로 대통령은 혁명일 연설에서 『사회주의 정부를 구하기 위해 국가정책을 수정할 준비가 돼있다』 『생존을 위해서는 사고의 전환이 필요하다』며 쿠바를 외국투자기관들에게 개방하고 쿠바인들의 외화소지를 허용하겠다고 천명했다.
카스트로 대통령은 지난주에도 중남미 좌익계단체 회의에서 『우리는 이제 순수한 사회주의를 지키기 보다는 생존을 위해 개혁하지 않으면 않된다.
우리가 가지고 있는 난관이 얼마나 많은지 상상하기조차 어렵다』고 말한바 있어 쿠바의 위기를 극명하게 표출했다. 혁명 40주년을 기해 쿠바에서는 「생존을 위한 변화」가 일기 시작한 것이다.
카스트로 대통령이 변화를 선언한 가장 큰 이유는 식량이 턱없이 부족하다는 점이다. 구소련의 붕괴로 원조가 중단되고 미국의 금수조치가 34년째 계속됨으로써 악화된 식량난으로 1천1백만 국민중 상당수가 영양실조로 인한 빈혈·실명위기에 처해있을 정도다.
때문에 쿠바정부는 나무껍질이나 꽃·잎사귀들을 먹어 비타민을 보충하자는 계몽활동도 펴고 있다.
『최근 2년간 고기구경은 커녕 비타민조차 살수 없다』 『국민들 평균체중이 급속히 줄고 있고 이대로라면 모두 장님이 되고 말 것』이라는 등 국민들의 원성이 드높다.
국민들은 하루에 1인당 빵 한조각,한달에 한번 콩 3백g과 쌀 9백g을 배급받고 있다.
우유는 7세이하의 어린이에게만 우선 제공되고 있다. 휘발유·타이어·자동차부품 등이 부족해 교통수단이 거의 마비상태다.
이런 가운데 지난 2월 선거를 통해 적어도 향후 5년간 권좌를 지키게된 카스트로 대통령이 쿠바의 변화를 꾀하게 된것이다.
카스트로 대통령은 이미 지난달 식량난 해결과 미국의 대쿠바 경제제재를 완화시키기 위한 제스처로 군사력을 줄이기 시작한 것으로 알려졌다.
구소련이 63년 처음 쿠바에 파견,지금까지 주둔해온 러시아군의 마지막 남은 병력을 철수시키고 있으며 정규군 18만명·준군사조직 1백50만명이라는 미주대륙 두번째의 군 규모를 감축시키고 있는 것이다.
아울러 『장기간 대화없이 지낼수 없다』며 그들이 공적1호 「양키제국주의」로 지칭한 미국과의 관계개선도 강력히 희망하고 있다.<정선구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