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경성 질환 편한 마음·자세가 "특효"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30면

『아무 것도 아닙니다. 신경성이니까 걱정 마십시오.』
의사들로부터 흔히 듣는 이 말처럼 환자들에게 당혹스러운 것도 없다. 아무 것도 아닌데 왜 이렇게 아프며 도대체 어떻게 하면 걱정하지 않을 수 있는지 구체적인 방법을 모르기 때문이다. 결국 환자들은 자신의 몸에 무슨 병이 있다는 말 한마디를 듣기 위해 이 병원 저 병원을 찾아다니게 된다는 것이다.
스트레스를 많이 받거나 심한 걱정을 하게되면 이는 단순히 마음고생에만 그치지 않고 실제로 몸이 아프게 되며 다양한 증상을 보이게된다.<표 참조>
이러한 신경의 시달림은 특히 심장의 박동·호흡·위장과의 운동 등 우리 의지와는 상관없이 움직이는 자율 신경계에서 뚜렷하게 나타나 규칙적으로 이루어져야 할 신경의 긴장과 이완이 비정상적인 리듬을 타 신체장애를 일으키게 된다.
서울대의대 허봉렬 교수(가정의학과)는『신경성이란 의학적으로 가능한 모든 진단 방법을 통해서도 아무 이상이 나타나지 않으나 환자는 아픈 증상을 호소할 때 일컫는 말』이라며『먼저 실제 몸에 이상이 있는지를 철저히 확인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이러한 과정을 통해 비로소 신경성으로 진단 받은 환자라도 의사로부터 직접 받을 수 있는 도움은 소화가 안되면 소화제, 두통이면 진통제와 같은 증상완화 요법과 함께 신경안정제 투여정도가 고작이다.
서울대 의대 정도언 교수(정신과)는『이들 환자에겐 정신과적 치료가 도움이 된다』며『정신 치료하면 미친 사람이나 받는 것으로 잘못 인식되고 있는 것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정신과에서는 신경성 장애를 극복할 수 있는 방법으로 다음과 같은 것들이 추천되고 있다.
◇바이오피드백=우리 몸에 나타나는 과도한 긴장 정도를 기계를 통해 객관적으로 환자가 직접 보고자신의 병이 마음에서 비롯된 것임을 깨닫는 것이다. 즉 뇌파·심장 박동수와 혈압·호흡수·근육의 수축·땀 등을 감지해 그 결과를 봄으로써 환자는 자신이 어떠할 때 긴장하며 어떻게 하면 편해지는가를 스스로 배우게 된다는 것.
◇근육이완=과도한 긴장은 무의식적으로 근육을 불필요하게 수축시켜 목뒤가 뻐근한 두통이나 요통 등을 일으키기도 한다. 아무런 간섭을 받지 않는 자기만의 조용한 공간에서 모든 근육이 축 처진다는 느낌으로 가장 편안한 자세를 취하도록 한다.
◇심호흡=스트레스는 얕은 숨을 빨리 쉬게 해 폐에서 이산화탄소 배출을 어렵게 만든다. 홧병 환자에서 한숨이 잦은 것도 무의식적으로 심호흡을 해 체내에 쌓인 이산화탄소를 배출하려는 본능적인 방어작용이라는 것.
영동세브란스병원 이홍식 교수(정신과)는『심호흡은 숨을 들이쉴 때 배가 앞으로 나오고 내쉴 때 들어가는 복식호흡을 해야한다』며『들이쉴 때 긴장하고 내쉴 때 이완하는 것을 반복하는 것이 요령』이라고 설명했다.<홍혜걸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