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업·빈부차 등 난관 많지만 우린 달린다"|베트남경제 "발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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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지난 86년말 대외개방경제정책인 도이모이(쇄신)에 착수했던 베트남경제가 그로부터6년여만에 드디어 이륙하고 있다.
불과 몇년전만 하더라도 1,인당 연간국민소득 1백50달러로 세계최빈국 대열에 속했던 베트남은 이제 3백달러 이상으로 소득을 배가시켰으며, 지난해 처음으로 무역수지 흑자를 기록하는 등 눈부신 성장중이다.
한때 7백%이상이던 살인적인 인플레이션율도 지난해 15%까지 내려갔으며 다극통화인 동의 대달러 환율도 안정세를 보이고 있다.
이러한 경제성장의 이면에는 아직도 빈부격차의 확대등 사회적 불공정성이 골칫거리로 남아있다. 호치민(구사이공) 시내에는 남부에 비해 궁핍한 중부나 북부에서 건너와 아기를 안고 구걸하는 여인들의 모습이 눈에 띈다.
실업문제도 심각하다. 공식통계로는 실업인이 2백만명에 달한다고 돼 있으나 실제로는 노동인구의 20%인 7백만명이나 된다.
실업에는 몇가지 요인이 있다. 베트남 정부는 90년까지 정규군을 60만명 간축했으며, 앞으로 병력을 인구의 1%이내로까지 억제할 방침이다. 국영공장이나 기업 합리화에 따른 해고도 계속되고 있다. 구소련이나 동유럽쪽으로 돈벌이 나갔던 노동자들도 속속 돌아오고 있다.

<실업인구 7백만>
호치민시민들은 사기업 육성정책을 이용해 치부한 몇몇 사람들이 고급레스토랑에서 식사하는 등 사치스런 생활을 하는데 대해 노골적인 불만을 토로한다. 베트남경제는 괄목할만한 성장을 이루고는 있으나 아직 체계가 갖춰져 있지 않기 때문에 부의 불공정한 분배. 관과 기업의 유착에 따른 부정부패등 경제발전 초기단계에 주로 겪는 홍역을 치르고 있는 것이다.
베트남은 미국의 대베트남경제제재 해제에 큰 기대를 걸고 있다.
『사회주의경제에서 시장경제로 이행하는 시기에 대량의 실업자가 나오는 것은 어쩔 수 없다. 미국이 경제제재를 해제해주면 베트남 경제는 더욱 부흥하게 되고 실업자도 흡수할 수 있다.』
구월남 부총리를 지내고 현재 베트남 경제고문으로 있는 구엔 수안 오아인(71)의 설명이다. 그는 경제제재가 해제되면 미국 눈치를 보던 한국·일본으로부터 투자가 본격화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양질노동력 자랑>
그러나 베트남경제가 이륙해본 궤도에 오르기까지 아직도 많은 난제들이 남아 있다.
첫째가 전력·통신·도로등 경제기반 확충이며, 둘째는 시장경제를 이해하는 인력 확보다. 그리고 사회주의하에서의 관료주의에 대한 개혁이 또 하나의 난제다.
베트남의 잠재력은 대단하다.
인구 7천만명에 식자율 97%인 근면하고 양질의 노동력을 보유하고 있다. 석유·철광석·보크사이트등 풍부한 지하자원도 베트남경제의 큰 힘이다. <김국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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