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님 되기 어려워진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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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앞으로 스님 되기가 한결 어려워질 것 같다. 일반 사찰에서 6개월 정도 행자 생활을 하면 주어지던 사미계(예비 승려) 운영이 강화될 전망이다. 4년 과정의 교육과정을 이수하고, 또 이후 실시되는 승가고시에 합격해야 사미계를 받을 수 있는 것이다. 승려 양성의 대원칙이 '선 득도, 후 교육'에서 '선 교육, 후 득도'로 전환되기 때문이다.

조계종 총무원장 법장 스님은 12일 오전 기자회견에서 "승려 양성도 시대에 맞게 변해야 한다"며 승가교육의 전면 개편 방침을 밝혔다.

법장 스님은 "승려의 자질을 높이기 위해 승가교육제도추진위원회를 구성하고, 공청회 등을 통해 가장 바람직한 교육제도를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법장 스님은 '사미계'의 수술을 강조했다. 종단 내에선 예비 승려에 불과하나 사회에선 그들도 일반 스님과 똑같은 신분으로 바라보는 현실을 지적했다. 그는 "향후 사찰별로 행자를 모집해 4년 과정의 행자수련원에서 교육할 것"이라며 "불교 경전.의식은 물론 외국어 등을 숙달한 행자에게만 사미계를 줄 예정"이라고 밝혔다.

정식 비구계를 받으려면 이후 대학원 형태의 기관에서 2년 교육을 마쳐야 한다.

법장 스님은 특히 "기독교나 천주교, 원불교나 진각종, 그 어디에서도 6개월만에 '예비 성직자'를 인정하는 곳은 없다"고 강조했다. 현행 제도에 따르면 사미계를 받은 스님은 중앙승가대나 전통 강원(講院) 등에서 4년 과정을 마친 뒤 비구계를 받을 수 있다.

조계종은 이날 회견에서 ▶사찰 재정의 투명화▶간화선(看話禪.화두를 붙잡고 수행) 지침서 발간▶종단 관련 징계자의 사면.복권 추진 등을 뼈대로 하는 2004년 중점 사업을 발표했다.

박정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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