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까지 투쟁대상…제2의 호메이니 우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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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맹인 회교근본주의 지도자 오마르 압델 라흐만(55)이 미국·이집트를 테러 공포에 떨게 하고 있다.
지난 2월 뉴욕 세계무역센터 폭파사건, 뉴욕 주요 지역폭파 및 요인암살 음모사건 등으로 체포된 혐의자들이 모두 그의 측근들이거나 추종자들인 것으로 드러났다.
또 이집트에서 18개월째 반정부활동을 펼치고 있는 회교근본주의자들도 대부분 그의 강론 테이프를 소지하고 있다. 이들은 관광객들을 상대로 테러를 자행, 이집트 주요 수입원인 관광산업을 마비시켰으며, 1백80여명을 숨지게 했다.
특히 자마 이슬라미야·베타셀 등 조직화된 추종세력이외에 그의 선동적 강론에 빠진 수십만명의 개별 추종자들이 독립적으로 자행하는 테러에 대해서는 이집트 정부당국도 예방이 거의 불가능한 실정이다.
라흐만은 이집트에 회교근본주의 국가를 건설하는 것을 목표로 호스니 무바라크 이집트대통령정권뿐 아니라 그 정권을 지원하는 미국 등 서방까지 투쟁대상으로 삼고 있다.
그는 지난 81년 안와르 사다트 전 이집트대통령 암살사건 때부터 회교근본주의자들의 정신적 지주가 될 가능성을 보였다. 카이로 동남쪽 90㎞에 있는 고향 파이윰 시에서 회교성직자 활동을 하던 중 회교게릴라조직 지하드(성전)출신 사다트 암살범들이 범행직전 그를 찾아가 범행의 대의명분을 부여받았다. 그 직후 체포됐지만 범행의 직접증거가 없어 풀려났다. 라흐만은 이 사건을 통해 범행증거를 남기지 않으면서 격렬한 선동적 내용의 강론을 하는 법을 터득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89년 1백여명의 사상자를 낸 반정부 폭동 때도 배후조종 혐의를 받았으나 무죄 석방됐다.
그는 90년 여름 아프가니스탄을 방문, 미국이 지원하는 회교반군에게 종교적 힘을 불어 넣어준 뒤 수단의 미대사관에서 여행용 비자를 발급방아 미국으로 건너갔다. 그는 당시 이미 미국무부의 감시대상자 명단에 올랐으나 뉴욕에 도착하는 즉시 종교활동 명목의 영주권까지 받았다.
일부 중동전문가들은 『자칫하면 라흐만을 이란혁명지도자고 아야툴라 호메이니 같은 인물로 키워주는 결과를 빚을 지 모른다』고 우려하고 있다. <이기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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