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장관 개혁정책 「급진」우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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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신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개혁의 이름으로 노동부장관이 내놓은 개혁정책에는 해고자 복직·무노동 부분임금·노동자측 인사참가권 등이 있다. 이 개혁안이 풍기는 인상은 1935년 미국의 와그너법이 사용자의 부당 노동행위를 묶어놓고 노동자측 교섭력을 키워준 논리를 닮았다. 노시관계를 노동과 자본의 대결로 파악할 때 어느 한족의 지배적 우위를 방지하기 위한 역학적 균형회복책이 나온 셈이다.
노동부장관이 노동운동의 일반이론을 본받는 노력을 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우리의 노동현실에서 불안감이 감도는 이유는 무엇인가.
첫째, 노동부장관은 노동자측을 약하다고 진단하기 때문에 노동자측에 힘을 주어 균형을 잡아 주려고 하는 것 같지만 1987년 이후의 한국노동은 세계의 공업국 가운데서 가장 강력하다는 것을 증명하고 있다. 영국병이 유행했던 1970년대에는 영국 노동조합이 국민생활을 인질로 잡고마음에 안 드는 정부를 갈아치울 만큼 강했지만 노동측의 과다한 힘이 국민경제를 정체시켜 왔다는 사실을 피부로 느끼기 시작한 1980년대 이후부터는 경제발전의 동반자로 변신하고 있다.
둘째, 노동부장관은 조직노동의 생존권보장 법리에만 충실하고 실업자 계층의 일할 권리 보호는 사회문제로 떠넘기는 것이 아닌가하는 의심이 생긴다. 파업을 해도 먹어야 산다는 생존권논리를 앞세울 때 인도주의가 빛나지만 일자리를 가지고 있으면서 고임금투쟁을 벌이는 기득권근로자를 보호하는 정책이 실업자 계층에 일자리 만드는 기회를 가로막는다는 현실도 보아야 한다.
정부는 노사관계에서 규칙을 만들고 반칙을 가려내는 심판행세만 하고 있지 말고 당사자로서의 역할을 맡아 땀을 함께 흘려야 한다. 기업에서 노사가 동반자관계에 있는 것과 같이 국민경제에서 노사정은 동반자 관계에 있다. 새로운 노동행정은 세 당사자관계의 새로운 역할분담으로부터 출발해야 할 것이다. 【김영환<명지실업 전문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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