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8평 전세아파트서 연구 몰두/일산 주민된 김대중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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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전화·방문사절… 통독저서 집필에 전념
클린턴 미 대통령이 판문점의 비무장지대를 시찰하며 「돌아오지 않는 다리」를 둘러보던 11일 오후 2시45분쯤.
같은 시간대에 김대중 전 민자당대표는 서울에서 북쪽으로 향해 그의 새로운 거처가 될 일산 신시가지에 도착,한반도 통일문제의 본격적인 연구에 들어갔다.
지난 4일 귀국한 뒤 꼭 1주일만에 그가 옮긴 새 거소는 경기도 고양시 진흥아파트 304동 1102호의 48평형 전세아파트.
김 전 대표는 이날 아침 동교동 자택부근 서교성당에서 미사를 마치고 가깝게 지내던 김모목사와 아침식사를 같이한 뒤 점심은 가족들과 함께 했다.
영국에서 수집한 자료를 포함해 통일문제 등의 연구생활에 필요한 서적 등 일부 짐은 하루전에 미리 보냈다.
○일부짐은 하루전 보내
그가 일산에서 연구에 몰두하는 동안은 일절 외부전화를 받지않고 방문도 사절할 것이라고 한다.
찾아오는 사람들을 일일이 다 만나면 그만큼 연구에 지장이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그냥 두면 하루에 1백∼2백명씩 집에 찾아온다고 한다.
물론 「정치를 하지 않겠다」고 한 약속이 주변 사람들과의 접촉으로 흐려질까 하는 염려가 더 앞선다. 그의 비서진은 언론과의 접촉창구도 한사람으로 단일화시켜 될수 있는대로 불필요한 오해의 소지를 줄이기로 했다. 일산에는 이수동보좌관 등 3명의 측근이 함께 기거한다.
그렇지만 그의 연구는 통일이나 남북문제를 연구하는 국내학자·연구자들과의 토론을 통해 심화시켜 나가야 하는 측면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 때문에 국내 대학교수나 연구에 자문할 수 있는 인사들과의 면담이 불가피한 경우는 초청해 만날 계획이라고 한다.
○측근 3명과 함께 기거
이를 위해 장만한 곳이 동교동 자택에서 바로 길을 건너 있는 아륭빌딩 43평형 전세사무실.
김 전 대표는 이곳을 일산 연구생활의 연장으로 삼아 필요한 때 이곳으로 나와 사람들을 만나고 통일문제 등 연구의 주된 관심사에 대해 의견을 나누게 될 것이라고 측근은 전했다. 이곳에는 우선 비서진 몇사람을 배치하고 이어 국내 교수 등을 연구진으로 위촉하기 위해 접촉중이다.
그가 무엇보다도 연구의 중점으로 삼고 있는 것은 영국에 있을때 직접 눈으로 본 동서독 통일의 시행착오에 대한 정밀분석이 될 것이라고 한다.
동서독과 남북한의 분단상황을 비교해 보고 그들이 겪고 있는 통일후의 갖가지 애로를 우리가 되풀이 해서는 안되겠다는게 주된 시각이라는 것이다.
특히 주안점은 ▲김일성의 돌발적인 사망 ▲북의 급속한 붕괴 등으로 한반도에 소용돌이가 불어닥칠 때를 가상한 대응책의 연구에 있다고 한다.
○올 가을·겨울께 완성
그는 최근 북한의 핵문제 등 한반도가 세계의 주목을 받는 지역으로 크게 부각되고 있으므로 앞서 집필에 들어갈 예정이던 「한국현대정치사」의 저술은 좀 뒤로 미룰 계획이라고 한다.
그대신 거시적으로는 EC의 통합과정을 중심으로 「지역통합」의 세계사적 흐름에 대한 영국 체류때의 경험,연구성과와 미시적으로 한반도의 실천적인 교훈을 얻을 수 있는 동서독 통일에 관한 책을 먼저 집필할 예정이다.
이 책들을 빠르면 올 가울이나 겨울께 완성될 수 있다는게 측근들의 전언이다. 연구·집필과 겸해 국내 대학출강도 고려하고 있다고 한다.
동교동에 있을 때나 영국에 있을 때 그의 주요한 소일거리였던 화분가꾸기는 일산에서도 그의 생활의 일부분이 될 것이라고 한다.<박영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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