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 사찰 종결"에 불똥 튈까 걱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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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다 된 밥에 코 빠뜨리는 게 아닌가.' 한국원자력연구원이 '2004년 우라늄 농축 사태' 때의 물증을 분실하자 과학계에서 나오는 우려다. 2004년 한국원자력연구소의 '우라늄 농축 사태'로 시작된 IAEA의 우리나라에 대한 핵 사찰은 아직 진행 중이다.

국내 원자력계는 올해 말께 핵 사찰이 끝날 것으로 예상했다. 모하메드 엘바라데이 IAEA 사무총장도 7월 12일 방한, 기자 회견에서 2004년 사태는 이미 완전히 정리됐다고 선언하기도 했었다. 그렇지만 서류상으로 종결된 상태가 아니다.

이번에 그 물증을 통째로 잃어버려 IAEA가 사태를 종결하는 데 부담을 느끼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과학계에서 나오고 있는 것이다.

물증은 IAEA가 사건 종결을 선언할 때까지 한국원자력연구원이 보관해야 한다. 한국원자력연구원은 우라늄 농축 연구를 한 당사자이고, 연구 현장이기 때문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원자력 전문가는 "한국원자력연구원이 관리 소홀로 물증을 분실한 책임을 면하기 어렵겠지만, IAEA가 이미 수차례 사찰을 했기 때문에 사건 종결에는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라고 관측했다. 그러나 분실 우라늄의 양에 관계없이 우리나라의 우라늄 관리 수준이 국제적으로 의심받을 가능성은 높아졌다.

◆분실 우라늄이 위험한 건 아니다=분실 우라늄에서 방사선이 나와 국민 건강을 위협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그러나 이런 걱정을 할 필요가 전혀 없다고 전문가들은 말했다. 한국수력원자력㈜ 이성철 원전연료수급팀장은 "천연 우라늄이나 10% 농축 우라늄에서는 원자로에서처럼 핵분열이 일어나지 않기 때문에 몸에 해로운 방사선이 나오지 않는다"고 말했다. 천연 우라늄 덩어리를 대량으로 취급하는 공장에서조차 근로자들이 방사선을 막기 위한 보호 장구를 착용하지 않는다고 이 팀장은 강조했다. 인체에 무해하기 때문이라는 게 그 이유다.

원자력 발전소에서 태우는 우라늄은 핵분열이 일어나게 하기 위해 중성자로 우라늄 핵을 때린다. 그러면 방사선과 함께 많은 열이 발생한다.

자연 상태에서는 그런 반응이 전혀 일어나지 않는다. 우라늄 덩어리를 불에 태워도 마찬가지다. 천연 고체 우라늄이 액체로 녹는 온도는 섭씨 1130도 근처다. 이 경우 단지 고체가 액체로 변할 뿐 방사선이 나오지는 않는다. 이 때문에 안산 쓰레기 소각장에서 우라늄 덩어리를 다른 쓰레기와 함께 태웠다면 액체 상태로 녹다가 다시 굳어져 있거나, 가열 시간이 짧고 열이 부족했다면 거의 원형 그대로 있을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박방주 과학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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