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 정치테러 다시 없어야(사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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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정보사의 정치테러 공작사건은 단지 실무선에서의 즉흥적인 범행이 아니라 고위 간부까지 관련된 조직적·계획적 범행이었음이 점점 더 드러나고 있다.
군사정권시절의 정보정치·공작정치에 대해선 이미 알만큼 알고 있다고 여겨왔으나 막상 이번 사건의 상세한 내용을 접하고 보니 그 실상은 짐작의 범위를 훨씬 벗어난 것이어서 새삼 놀라움과 충격을 안겨준다. 군의 정보기관 간부가 전과자 등으로 테러단을 조직해 가택침입 및 절도,정치인 테러 등을 해왔고 그 사실중 일부는 사령관에게까지도 보고된 것이라니 무어라고 할 말을 찾기 힘들다. 그저 5공이 어떤 성격의 정권이었는가를 다시 한번 확인할 따름이다.
군이 과거의 군과는 다르다는 것을 국민들에게 보여주기 위해서는 이번 사건의 전모를 철저히 파헤쳐야 한다. 관련자는 모두 찾아내 법에 따라 처리해야 한다. 당시의 정보사 3처장은 테러단의 조직과 범행이 「개인적인 충성심」에서,「상부에 보고없이」 저지른 것이라고 진술하고 있으나 그대로 믿기기 어렵다. 또 설사 그것이 사실이라 하더라도 여러건의 범죄를 실행하려면 그에 직·간접으로 관련된 간부가 3처장 한 사람일 수는 없는 노릇이다. 수사당국은 이미 폭로된 사건 뿐 아니라 알려지지 않은 또 다른 범행이 있었을 가능성도 염두에 두고 수사해야 한다. 관련자들의 진술을 종합해 볼 때 다른 범행이 있었을 가능성은 충분하며,3처장 이상의 고위 간부가 공작에 간여했으리라는 짐작도 간다.
정보사의 공작팀은 안기부·경찰 등과 매일 여러차례 연락하며 연결돼 있었다는 진술도 나오고 있다. 이로 미뤄볼 때 이번 사건은 지난 시절에 다반사가 되어왔던 공작정치의 편린에 지나지 않음을 알수 있다. 3처장의 진술을 그대로 받아들여 「개인적 충성심」에서 「상부에 보고없이」 테러단을 조직하고 범죄를 실행한 것이 사실이라 하더라도 그것이 가능했던 것은 당시 정권 내부의 분위기가 그것을 이용하는 것이었기 때문이다.
이번 사건에 대해 철저한 수사와 관련자의 색출은 다시는 이같은 일이 되풀이 되어선 안된다는 것을 분명히 하기 위해서도 필요한 일이다. 군은 이미 정치에 개입하지 않겠다는 방침을 명백히 밝힌바 있으나 이번 사건의 수사를 통해 그것을 다시 한번 다짐하고 실무선에서의 돌출적인 행위까지도 예방할 수 있는 장치를 마련해야 할 것이다.
이번 사건은 정보사에서 저지른 것이지만 다른 정보·수사기관도 함께 교훈으로 삼아야 한다. 지난 시절의 공작정치가 정보사에 의해서만 저질러진 것이 아님은 모두 잘 알고 있는 사실이다. 우리는 이번 사건이 다시는 이 땅에 공작정치·정치테러가 발붙이지 못하게 재다짐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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