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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아버지와 아들' 경제성적 비교하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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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4면

조지 부시 전 미국 대통령(이하 아버지 부시)과 조지 W 부시 대통령(이하 아들 부시)는 모두 재임 기간 중에 경기 침체를 겪었다. 아버지 부시는 이 때문에 재선에 실패했다.

1992년 무명의 아칸소 주지사 빌 클린턴이 걸프전을 승리로 이끈 현직 대통령을 꺾을 수 있었던 것도 '중요한 건 경제야, 이 바보야(It's economy, stupid)'란 캐치 프레이즈로 아버지 부시를 공격하며 유권자의 마음을 사로잡았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아들 부시의 여건이 12년 전의 아버지 부시 때보다 유리해 재선에 성공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고 아시안 월스트리트 저널(AWSJ)이 12일 보도했다.

WSJ이 상대적으로 미 공화당에 우호적이라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요즘 경제 여건이 12년 전보다 나은 것은 사실이다.

아들 부시는 아버지 때보다 경기 침체에서 먼저 벗어났다. 아버지 부시는 재선을 18개월 앞둔 시점에서야 비로소 경기 바닥을 지났으나 아들 부시는 취임 두 달 만인 2001년 3월 침체에 빠진 뒤 그해 11월 반등에 성공했다.

아들 부시처럼 재임 기간 초기에 경기 바닥을 벗어나면 경기가 점차 좋아지다가 선거 때쯤 유권자들이 호전을 피부로 느낄 수 있어 유리하다.

실제로 아버지 부시 때보다 더 많은 미국인들이 최근 경제가 좋아지고 있다고 여기고 있다. 소비심리를 나타내는 콘퍼런스보드의 소비자 신뢰지수가 지난해 3월 9년래 최저치까지 떨어진 이후 강하게 반등하고 있다.

이런 점에서 아들 부시의 경제 상황은 재임 초기 경기 침체를 경험한 드와이트 아이젠하워.리처드 닉슨.로널드 레이건 전 대통령과 비슷하다고 AWSJ은 전했다. 이들 전임 대통령은 모두 재선에 성공했다.

지난해의 주가 상승도 아들 부시에게 긍정적이다. 주식 투자 인구가 12년 전보다 크게 늘었기 때문이다. 주식 투자 가구는 92년 전체의 36.7%에서 2001년 51.9%로 늘었다. 증시는 아들 부시 취임 후 부진했지만 지난해 반등에 성공했다.

금리 여건도 아들 부시에게 유리하다.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는 아들 부시가 당선되자마자 곧바로 금리를 내려 돈을 풀었고, 기준금리는 45년 만에 최저 수준까지 떨어졌다. 반면 아버지 부시는 자신의 재선 실패를 앨런 그린스펀 FRB 의장 탓으로 돌릴 만큼 FRB와의 의견조율에 실패했었다.

지난해 부동산 가격 급등과 대규모 감세안도 아들 부시에게 도움이 된다. 미 주택 소유 인구는 12년 전 64.3%에서 68.4%로 증가했다. 적자 재정을 떠맡았던 아버지 때와 달리 아들 부시는 클린턴 정권이 넘겨준 흑자 재정을 이용해 5천억달러의 감세를 단행할 수 있었다.

그러나 경제여건이 아들 부시에게 유리한 것만은 아니다. 다시 늘어난 재정적자와 의료비.교육비 증가, 저축률 급감 등은 아들 부시의 재선 가도에 장애물이 될 가능성이 크다.

오는 11월의 44대 미 대통령 선거도 이같은 경제 변수가 큰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서경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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