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테러단 「공작분업」 가능성/증언자 통해 제기되는 의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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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2면

◎타기관서 24시간 감시 YS집 침입 어려워/김형두씨 경찰조사때 이 중령·상관 면회와
정보사의 민간인 정치테러단 운영과 범죄 실행은 다른 정보기관들이 가담은 않했어도 정보사에 의해 범행이 저질러 졌다는 사실을 「알고는 있었을」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85년 당시 YS자태 침입사건과 86년 양순직 신민당부총재 테러사건을 저지른 관련자들의 증언을 통해 다른 정보기관들의 개입을 가정하지 않고서는 설명될 수 없는 부분이 속속 드러나고 있기 때문이다.
우선 국방부 조사결과 민간인 테러단 운영 실무책임자인 이 부장(이상범중령)에게 범행을 지시한 상급자가 당시 정보사3처장으로 드러남으로써 양순직의원 테러사건 행동대원 김형두씨(41)의 증언이 사실로 입증되고 있다.
김씨는 양 의원에게 허위 양심선언을 한뒤 경찰에 넘겨졌을 당시 경찰로부터 배후 발설여부에 대해 집중적인 추궁을 당했고 이 부장과 그의 상급자가 심야에 면회왔었다고 증언했다.
김씨는 또 당시 수사과장이 『이상범부장을 알지』라며 배후인 이 부장을 언급해 경찰도 이미 정보사가 개입된 일임을 안다는 감을 잡았다고 말했다.
김씨가 정보가1기 후배로 함께 테러를 했던 이모씨로부터 뒷날 들었다는 얘기도 경찰과 정보사의 사전묵계에 대한 심증을 굳히게 한다.
이씨는 『김 선배가 신민당에서 양신선언을 하는 바람에 정보사가 발칵 뒤집혔고 이 부장의 연락을 받고 대기하다 김 선배가 경찰에 넘겨져 여관에서 조사를 받는동안 경찰들과 함께 옆방에 있었다』고 말했다는 것이다.
이같은 정황으로 볼때 당시 경찰은 정보사가 테러사건의 배후라는 사실을 알았고,이 부장과 함께 심야에 면회를 온 상급자도 정보사3처장일 가능성이 높다.
김영삼대통령 자택 침입절도사건도 다른 정보기관들이 과연 몰랐는지 의문이다.
당시 정국은 2·12총선의 신당 돌풍으로 민한당이 몰락하고 신민당이 등장,여야대결이 첨예화되고 있던 상황이고 신민당의 지주인 YS와 DJ 자택에는 24시간 요원들의 감시가 이뤄지고있었다.
정보사 민간테러단의 YS자택침입 사실이 보도된뒤 자신을 한 정보기관 출신이라고 밝힌 독자는 본사로 전화를 걸어 『84년 당시 동료들과 함께 YS자택 주변에서 날마다 철야감시를 했으며 또다른 정보기관에서도 요원이 파견돼 출입자를 일일이 파악하고 있었다』며 『이들 정보기관 모르게 YS자택에 침입한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이와관련,YS자택에 침입했던 정팔만씨는 『다른 정보기관들이 YS를 감시하라는 사실이 널리 알려져 있어 이들 기관이 직접 「공작」을 하기는 어렵고 신분이 노출되지 않은 정보사가 이 일을 맡아야 한다는 말을 이 부장으로부터 들었다』고 진술했다. 정씨는 또 『이 부장이 YS자택침입을 무사히 마친뒤 상부에서 칭찬을 많이 받았다고 전해들었다』고 말했다.
즉 공작정치의 대명사처럼 되어버린 다른 정보기관들 대신 전혀 실체가 드러나지 않았던 정보사가 5공 후반기엔 정치공작 일부를 떠맡았다는 이야기다.
정보사가 김 대통령 자택 침입외에도 양순직 신민당부총재 테러,김동주의원 테러미수,우이동과 대방동에서의 강도미수 등 적지않은 정치공작을 벌였는데도 전혀 의심받지 않았었다는 점이 이를 뒷받침한다는 지적이다.
연일 터져나오던 시민·학생들의 시위와 야당의 공세로 궁지에 처해있던 군사정부의 처지와 횡행하던 공작정치 상황을 고려해 본다면 정보사가 공작을 전담하고 나선 것은 스스로의 뜻이라기보다는 보다 윗선에서의 「공작분업 계획」에 따랐을 가능성이 짙다는 견해도있다.
정보 공작정치는 반드시 청산돼야 할 구시대의 죄악이다.
문민시대를 맞아 다시는 이같은 범죄행위가 재현되지 않게하기 위해서라도 이번 정보사의 민간인 테러단 사건은 철저히 파헤쳐져야 하며 동시에 군사정권하에서의 공작정치 전반에 대해서도 진상이 규명돼야 한다는 여론이다.<특별취재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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