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령화 사회로 들어서면서 치매환자가 날이 갈수록 늘고 있습니다. 치매 하면 늙어서 생기는 불치의 병으로 생각하는 분들이 많지요. 하지만 치매도 일찍 발견해 치료하면 진행을 늦출 수 있으며 예방이 가능한 경우도 있습니다.
안타깝게도 우리나라에선 치매가 상당히 진행돼 가족이 괴로운 상태가 돼야 병원을 찾는 경우가 많습니다. 왜 그럴까요? 이유는 대부분 치매환자 하면 기억력이나 판단력이 사라져 사회생활이 불가능한 것은 물론 식사.몸 단장처럼 간단한 자기관리조차 못하는 말기환자를 떠올리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치매도 다른 병처럼 초기.중기.말기 등 여러 단계가 있습니다. 경증이라 할 수 있는 초기 치매환자는 웬만큼 중요한 일은 모두 기억하며, 사소한 일도 약간의 힌트만 줘도 정답을 알아냅니다. 특별히 복잡한 일을 하지 않는 한 사회생활도 가능하지요. 따라서 주변에서 치매 초기단계라고 판단하기 어렵습니다.
치매가 중등도로 진행된 환자도 최근 며칠 동안에 있었던 일은 잊어버리지만 과거에 있었던 일은 잘 기억하는 경우가 많아 치매라는 의심을 하지 못하기도 하지요.
조기 진단이 어려운 또 다른 이유로 치매의 다양한 증상을 꼽을 수 있습니다. 예컨대 어떤 환자는 치매가 상당히 진행돼 대소변을 못 가리고 '내 물건을 훔쳐갔다'는 식의 불합리한 의심도 많이 하지만 기억력이나 계산력에는 문제가 없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런 이유들로 인해 치매가 시작된 것 같다며 보호자 손에 이끌려 병원을 찾은 환자 대부분은 이미 상당히 진행된 상태라는 게 치매 전문가들의 설명입니다.
따라서 65세 이상 노인들은 매년 건강검진과 함께 치매 조기발견을 위한 인지기능 검사를 받는 게 좋습니다. 치매가 만성화한 뒤에는 일상생활을 지원하거나 난폭한 행동을 진정시키는 약물을 사용하는 등 대증적인 처방밖에는 없기 때문입니다.
황세희 전문기자.의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