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의식」 어디로 갔나(속/자,이제는…:6)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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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침뱉고 꽁초버리고 새치기 여전/퇴근길 적발 3만8천명이라니…
경찰이 7월부터 벌이기 시작한 「기초질서 지키기」 단속결과를 놓고 우리 국민들 사이에 팽배한 도덕불감증의 반영이라고 말한다면 무리일까.
단속 첫날인 1일 하룻동안 길거리에 함부로 침을 뱉거나 담배꽁초를 버리고,금연장소에서 담배피우고,새치기하고,씹던 껌을 슬며시 길바닥에 버리는 등 각종 무질서행위를 하다 경찰에 적발된 사람은 무려 3만8천여명(범칙금 어림잡아 3억원). 더욱 놀라운 일은 이 숫자가 오후 6시를 전후한 퇴근길에서만 단속된 결과일뿐 이른 아침부터 단속했다면 적발된 인원은 엄청나게 늘어났을 것이라는게 경찰 관계자들의 이야기다.
「기초질서 지키기」는 경찰이 지난 4월 입안해 5,6월 두달동안 갖가지 계몽활동을 벌인뒤 7월부터 단속과 함께 「불감증」이 치유될 때까지 무기한 벌이기로 한 대국민 홍보성 프로그램이다.
이 두달간 경찰은 신문 3백39회,방송 1천7백60회,유선방송 4만4천여회,극장 4만6천여회 등 대중매체를 통한 총력 홍보작전을 벌였고 경고 입간판 4천5백여개도 국민들이 쉽게 볼 수 있는 장소에 설치하는 등 나름대로 철저한 홍보·계몽활동을 벌였다.
또 이 기간중 질서위반사범 67만5천여명을 적발해 7월부터 같은 행위가 반복될 경우 최고 2만5천원까지의 범칙금 부과 등 벌칙이 내려질 것이라는 내용의 지도장까지 발부했었다.
그러나 단속 첫날 결과는 기대와 너무 거리가 먼 것이었다.
국민학교 1학년 어린이이라도 지킬 수 있는 기초생활 질서부분에까지 경찰력이 동원돼야 하는 것이 93년 7월 우리 국민들의 도덕수준이라면 너무 부끄러운 일이다.
이제는 「도덕」 영역에까지 투입되고 있는 공권력행사 낭비를 국민들의 자존심 회복으로 바로잡아야 할 때가 아닐까.<김우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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