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가서 인기 "폭발"|만화『슬램덩크』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32면

소년 만화잡지에 연재됐던 만화가 단행본으로 출간되면서 어린이뿐만 아니라 대학가를 중심으로 젊은이들 사이에서 폭발적인 인기를 모아 관심을 불러모으고 있다. 화제를 일으키고 있는 만화는 청소년층을 상대로 한 주간만화잡지『소년챔프』에 연재됐다 최근 단행본으로 발간된 농구만화『슬램덩크』.
90년 일본 만화가 다케히코 이노우에 원작을 그대로 수입, 번역만 한 이 만화는 현재 우리나라 만화사상 최고의 화제작이었던 이현세의 야구만화『공포의 외인구단』에 버금가는 인기를 누리고 있다.
연세대 앞 10여군 데의 만화 대본 소에는 하루에도『슬램덩크』를 찾는 손님들이 평균 20∼30여명씩에 이르러 대본소마다 3∼4질씩 구비해도 수요를 다 채워 주지 못하고 있는 실정.
그러나『슬램덩크』는 영화로도 제작된『공포의 외인구단』에 비해 극적 긴장감이나 그 팀 수준이 다소 떨어진다는 게 만화 대본 소 측의 얘기.
현재 12권까지 발간된『슬램덩크』는 고교 농구 부를 무대로 강백호라는 저돌적인 인물과 서태웅 이란 농구스타 사이에 여학생 소연이 끼여 엮어 내는 평범한 사춘기얘기들로 전개된다. 스토리만 놓고 보면 흔히 볼 수 있는 하이틴 만화에 불과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슬램덩크』가 이처럼 인기를 끌고 있는 것은 이 만화가 요즘 젊은이들의 취향에 맞는 몇 가지 특징적 요소를 갖고 있기 때문이다.
우선 이 만화는 최근 젊은이들 사이에 NBA농구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농구를 소재로 한 만화로는 처음이다. 또 제목(슬램덩크‥한 손으로 골대가 부서질 듯 강하게 내려꽂는 덩크 슛)에서 암시하듯 배경은 고교를 무대로 하고 있지만 그 안에서 벌어지는 농구수준은 NBA스타일인데다 거의 한편을 농구시합 묘사에 할애하는 등 NBA팬들의 기호에 충실하다는 점이다.
이밖에 『슬램덩크』는 고교생들끼리 농구를 위해선 유혈이 낭자한 편싸움을 벌여도 아무렇지도 않게 생각하는 등 홍콩 갱영화와 같은 영웅주의가 곳곳에 나타나 있는 점이 특징이다.
한 마디로『슬램덩크』는 고교를 무대로 하고 있지만 그 안에서 전개되는 내용은 성인들의 이야기라고 할 수 있다.『슬램덩크』를 다 봤다는 연세대 3년 생 박 모 군은『친구들로부터 얘기를 전해 듣고 보게 됐는데 왜 색이 짙다는 인상은 받지 않았지만 어린이 만화로는 적합하지 않은 것 같다』고 말했다. <남재일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