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사회 한의사회 사상최대 이익단체의 "혈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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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한약조제권을 둘러싸고 「사투」를 벌이고 있는 대한약사회와 대한한의사협회는 어떤 단체인가.
이익단체간 최대싸움으로 기록될 이번의 접전과정을 지켜보며 의약계에서는 『송아지 (한의사협회)와 황소(약사회)의 싸움이 이처럼 대단할 줄은 몰랐다』고 말하고 있다.
황소와 송아지라는 비유는 두 단체의 조직을 보면 금방 이해가 된다.
회원수만 하더라도 대한약사회가 3만9천5백77명의 회원으로 두고있는 반면 대한한의사협회는 6천8백46명으로 약사회의 5분의l에도 못 미친다. 그나마 한의사회의 이같은 규모는 5공 당시 한의과대학이 대폭 늘어나면서 최근에 형성된 것이다.
압력단체로서 두 단체의 영향력은 지금까지 조직규모 이상의 차이를 보여왔다.
약사회는 2만여명에 이르는 약사들이 전국곳곳에서 약국을 운영하고 있는데다 보사부 등 정부조직과 국회에까지 폭넓게 포진,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해 왔다. 민관직 전 의원 등 약사출신의원들의 국회활동은 널리 알려진 사실이며 보사부에도 국립보건원·보건안전연구원 등 전문연구기관은 말할 것 없고 정책을 입안·시행하는 본부 약정국에 국장을 비롯해 상당수의 직원이 약사다.
반면 한의사회는 이번 한약분쟁과정에서 보사부가 한의학발전 요구를 받아들여 이달초 의정국에 한방과를 설치, 1명의 한의사가 근무하고 있는 것이 고작이다.
이같은 조직력의 차이에도 불구하고 이번 한약조제권 다툼에서 한의사들이 예상밖(?)의 실력을 행사하고 있는 것은 한의대생들까지 가세한데다 나름대로 치밀한 대응을 했기 때문이라는게 주변의 분석이다.
한의사회는 이번 사태에 대처하기 위해 회원들로부터 4억여원의 투쟁자금을 모아 신문광고·여론조사 등 대 국민홍보에 노력을 집중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의사회는 특히 10일부터4일간의 집단휴업을 결정했다가 이튿날 철회하는 등 현업 의사들이 행동을 자제한 반면 한의대생 학부모들이 연일 과천정부청사 앞에서 시위를 벌이는 등 주변세력의 지원을 많이 받았다.
반면 한의사회의 선제공격에 그동안 인내심(?)을 발휘해왔던 약사회는 한의사측의 진정에 따라 약사법시행규칙개정과정에 대한 검찰수사가 진행되고 정부일각에서 시행규칙 원상회복설이 나돌자 특유의 단결력과 행동력을 발휘, 전격적인 일제휴업으로 맞섰다.
이같은 대처방식의 차이 때문에 주변에서는 약사회를 「뚝심형」으로, 한의사회를 「지략형」으로 비유하고 있다.

<이덕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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