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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팀 2연패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2면

지난 22일 서울의 한국 기원과 도쿄의 일본기원은 하루종일 뜨거운 분위기였다.「제2회 lBM배 한-일 컴퓨터 프로 바둑대항전」이 벌어졌기 때문이다. 작년의 제 1회 때 3대0으로 일축 당했던 일본 팀은 설욕을 벼르는 각오가 대단했고, 한국팀도 2연패서 당성하기 위해 긴장된 분위기였다.
이 대회는 양 팀이 3명씩 출전, 컴퓨터 온라인으로 대국하는 방식인데 우선 출전 선수와 대진을 살펴보면 서봉수 9단-오타케 히데오 9단, 김수장 9단-고마쓰 히데키 8단, 위동 7단-마이클 레드먼드 7단이다.
주장들끼리 둘을 가려 서 9단이 혹이 됨으로써 규정에 따라 김 9단은 백, 강7단은 흑으로 두게 되었다. 아무튼 서-오타케의 주장전은 보는 이로 하여금 한달 여 전에 끝난「제2기 응씨배」를 연상케 했다. 대국 전의 메시지 교환에서 오타케 9단은 서 9단에게『우리 이제 싱가포르에서의 일은 잊읍시다』라고 해 묘한 여운을 남기기도.
회선상의 사정으로 오전10시부터 주장전을 두고 오후1시에 나머지 두 판을 동시에 시작하기로 했다. 한국팀 주장 서9단은 건강한 모습으로 자신감이 충만해 보였다. 응씨배 때 재미봤던 포석으로 기세를 올린 끝에 중반에 이르러 주도권 장악에 성공, 일찌감치 승세를 굳히는가 싶었으나 지나친「손바람」이 화근이 되어 형세를 명의상황을 만들기도 했지만 오타케 9단의 무리한 패싸움을 단호히 응징함으로써 통쾌한 불계승을 거두었다.
이 대회의 주최 사 한국PC통신은 하이텔 전산망을 통해 천국에 생 중계했다. 세계최초의 컴퓨터 온라인 기전인「한국이동 통신기 배달 왕 전」을 개최하면서 축적한 노하우를 바탕으로 한-일 양측의 기술적 진행을 도맡아 바둑 선진국을 자처하는 일본측의 부러움을 사기도 했다.
한편 오후 대국에서는 강 훈 7단이 패싸움으로 전 철된 사투 끝에 역시 불계승을 거두어 한국팀의 우승을 확정지었다. 강7단에게 패한 레드먼드 7단은 미국 출신으로 어릴 때부터 일본기원에서 프로 수업을 받아 고수가 된, 서양인으로서는 독보적 존재다.
김 9단은 2집 반을 졌다. 포석이 나빠 줄곧 고전한 내용이었다. 귀중한 1승으로 자국 팀에 영패를 모면케 한 고마쓰 8단은 요다 8단과 함께 그들 사회에서「차세대의 주역」으로 꼽히는 인물이다.
대회가 끝나자 오타케 9단은『한국 바둑은 정말 강합니다. 이번에도 일본 팀이 우승을 못해 아쉽지만 내년에는 더욱 분발하겠습니다. 한국의 여러분들 안녕히 계십시오. 우승을 축하합니다』라며 패역가희의 여유를 잃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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