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목되는 대통령의 「핵」 발언(사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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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북한핵문제에 대한 김영삼대통령의 영국 BBC방송 회견은 매우 주목할만한 내용과 메시지를 담고 있다. 회견의 골자는 △북한의 핵비확산조약(NPT) 탈퇴유보가 전쟁가능성에 대비한 지연전술에 불과하며 △따라서 미국은 북한과의 협상에 추가적인 양보를 해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김 대통령은 북한의 전쟁준비에 대한 근거로 신형 장거리 노동1호미사일의 시험발사와 평양주민들의 하루 1시간씩 군사훈련을 들었다.
북한의 NPT탈퇴 선언과 보류과정을 둘러싼 이러한 우려와 불신은 김 대통령이 처음 표명한 것은 아니다. 그러나 국정의 최고책임자인 대통령이 그러한 인식을 갖고 있는데서 더 나아가 공개적으로 그것을 표명했다는건 차원이 다른 얘기다. 지금까지 NPT탈퇴보류를 가져온 북한­미접촉에 대한 외무부 등 정부의 공식 반응은 『북한핵문제 해결을 위한 중대한 진전』이라는 등 긍정일변도였다. 이런 그동안의 공식평가에 제동이 걸린 것이다.
이렇게까지 된데는 북한­미 공동발표이후의 사태진전도 무관치 않은듯 하다. 북한의 미국과 직접대화의 길이 열리자 우리가 우려한대로 북한측을 따돌리고 남북대화를 형해화시키려는 의도를 노골적으로 드러냈다. 기존의 남북고위급회담은 피하면서 부총리급 특사회담을 하자고 열을 올리던 북한측은 미국과 접촉을 우리쪽의 거듭된 양보에도 불구하고 그 회담을 위한 접촉마저 회피하고 있다.
또 북한핵문제의 본격적 해결을 위한 2단계 북­미고위접촉도 미측은 이달말이나 7월초에 갖자고 하는데 비해 북측은 클린턴 미 대통령의 방한후로 늦춰 잡고 있다. NPT 탈퇴유보가 핵무기개발과 전쟁준비를 위해 시간을 벌려는 전략일지 모른다는 의구심을 자극하는 행위가 아닐 수 없다. 이런 상황에서 신형 장거리 미사일 발사실험까지 감행했으니 북한의 의도를 어떻게 좋게 볼 수 있겠는가.
이제는 북한핵문제와 북­미접촉에 대해 분명한 우리의 입장정리가 요구된다.
첫째,목표를 분명히 해야 한다. 북한의 핵무기 개발을 막는게 기본목표인만큼 북한의 NPT영구잔류,국제원자력기구(IAEA) 사찰 의무의 완전 이행,한반도 비핵화공동선언의 실천이란 세가지 당면목표를 해결토록 해야한다.
둘째,이러한 당면목표 해결을 위한 북­미접촉의 합리적 시한을 정해 북한의 시간벌기 의도를 봉쇄해야 한다. 앞으로 대북 설득에도 불구하고 북한이 태도변화없이 시간만 끌려할 때는 유엔안보리의 제재조치를 시행할 외교·안보 양면에서 만반의 준비를 갖춰놓아야 할 것이다.
셋째,미국과의 긴밀한 공조로 북­미접촉시 남북대화의 중요성을 환기시키도록해 한반도문제의 당사자간 해결원칙이 훼손되지 않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북한핵문제는 전재와 평화가 걸린 중대문제라는 인식을 갖고 범정부적인 관심과 역량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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