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균성 뇌막염-"놔두면 저절로 낫는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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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최근 소아들을 대상으로 무균성 뇌막염이 유행(중앙일보 6월19일·일부지방 20일자)하면서 종합병원 응급실에선 퇴원을 종용하는 의료진과「그래도 뇌에 염증이 생겼다는데 이대로 퇴원해도 되느냐」며 염려하는 부모들 사이에 승강이가 잦다고 한다. 무균성 뇌막염은 세균이 아닌 바이러스에 의해 전염되는 질환으로 대부분이 처음의 급작스런 오열·두통·구토 등의 증상에서 시간이 지나면 저절로 낫는 것으로 되어있다. 따라서 의사들은 뇌척수액검사 등을 통해 세균성뇌막염이 아님을 확인하고 경과 관찰 후 증상이 좋아지면 대개 퇴원을 권유하게된다. 그러나 부모들은 저절로 좋아진다는 질병의 특성에 대해 의아하게 생각한다.
또 실제 환자에게 의사들이 처방하는 치료도 열이 나면 해열제를 주거나 링게르주사를 놓고 마냥 기다리기만 하는 등 잘 모르는 부모의 입장에선 치료가 제대로 되고 있는지에 대해서도 의심을 갖곤 한다.
그러나 이런 유의 질병에 대해 의사들이 갖는 태도는 단호하다.
저절로 좋아질 때까지 기다리는 것, 즉 우리 몸이 질병을 이겨낼 때까지 가만히 지켜보는 것만이 환자를 위해 최선이라는 것이다.
바이러스가 침입해 뇌막에 염증을 일으켜 오열·두통 등 증상이 나타나는 것도 어찌 보면 인체의 자연치유의 한 과정이라는 설명이다.
염증이란 다름 아닌 몸 속에 들어온 바이러스를 백혈구가 감지해 몰려와 싸우는 과정으로, 고름도 이런 싸움의 와중에 장렬하게 전사한(?)백혈구의 시체라는 것.
더구나 세균과 달리 바이러스엔 항생제와 같은 특효약이 없으므로 인체의 면역기능이 스스로 이겨내기까지 기다리는 수밖엔 없다는 것이다. 다만 의사는 증상을 완화시키고 환자의 고통을 덜어주는 보조 역할만을 담당할 뿐인 것이다.
이렇게 저절로 나을 수 있는 질병으론 세균이나 바이러스에 의한 감염질환을 들 수 있다.
그렇다면 이러한 감염성 질환은 마냥 기다리기만 하면 될 것인가?
의사들은 여기에 몇 가지 주의를 당부한다. 즉 정상인에 비해 면역이 현저하게 떨어져있는 경우와 염증반응이 너무 격렬해 심각한 장애를 낳을 우려가 있는 경우는 반드시 의료진의 적극적 개입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홍혜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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