높아진 이 대표 위상 겨냥/공세나선 민주 비주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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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청와대 회담」때 저자세” 몰아붙여/DJ 귀국앞두고 입지 위기감 폭발
지난 3월 전당대회에서의 당권경쟁에 패배한 이후 잠잠하던 민주당내 주류가 여야 영수회담을 계기로 이기택대표를 비판하고 나섬에따라 당내 갈등이 재연될 조짐이다.
김상현 전 최고위원 등 중심으로 한 15명의 비주류 의원들은 16일 이 대표의 유럽 4개국 순방직전 계파모임을 갖고 청와대 영수회담에서 이 대표가 지난친 저자세를 보였다고 몰아붙였다. 이들은 이 대표의 귀국직후 의원총회와 당무회의를 통해 이 문제를 철저히 따지기로 해 본격적 싸움을 예고했다.
이날 모임에서 김상현 전 최고위원은 『이 대표가 보안법 개정문제나 수배 근로자의 수배해제 등을 강력히 요구하기는 커녕 오히려 김 대통령에게 설득만 당하고 돌아왔다』고 이 대표에 대한 직격탄을 쏘았다.
이날 모임에는 신순범·신기하·조홍규·최낙도·김종원·이영권·오환·박정훈·김옥천·강철선의원 등도 참석했다.
그동안 침묵을 지키던 김 전 최고위원 등 비주류측이 이같이 이 대표를 성토하고 나선 것은 청와대 회동결과에 대한 불만 때문만은 아니다.
청와대 회동은 하나의 명분에 불과하다.
이 대표의 지도력에 대한 불만과 당운영에서의 비주류에 대한 소외감이 쌓여 있는데다 김대중 전 민주대표의 귀국과 6·11 보선 등 최근의 흐름이 비주류로 하여금 목소리를 내도록 촉발시켰다는 분석이다.
특히 명주­양양 보선에서 민주당 최욱철후보가 거물인 김명윤 민자후보를 누르고 승리한데다 청와대 영수회담을 계기로 이 대표의 위상이 부쩍 높아진데 따른 견제심리가 작용했다는 시각이다.
김 전 최고위원으로서는 자파세력을 결속하지 않으면 중도는 물론 자파세력까지 흔들릴지도 모른다는 일종의 위기의식을 느낄 수 밖에 없었다.
또한 김대중 전 대표가 귀국하면 결과적으로 이 대표에 대한 울타리 역할을 하게 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김 전 대표가 귀국전에 목소리를 터트렸다고 봐야한다.
그동안 김상현·정대철 전 최고위원이 이끈 비주류측은 야당이 고전을 면치 못했던 신정권 출범 초기엔 굳이 당운영의 책임을 공유하는 「우」를 범할 필요가 없다는 계산이었다.
비주류의 예상(?)대로 이 대표는 재산공개 사후처리 미숙과 광명보궐선거 참패 등 지도력 부재현상을 보이기 시작했고,차기 전당대회에서 비주류측이 반사이익을 얻어낼 공격의 호재가 차곡차곡 쌓여가는 상황이었다.
주류측 의원들은 『비주류측에서 이 대표의 고전을 은근히 즐기는 것 같다』고 까지 불평할 정도였다.
반면 김·정 전 최고위원들은 당초 당상임고문으로 추대하겠다던 이 대표의 당선후 공약이 여지껏 지켜지지 않는데도 표면적으론 불만을 드러내지 않았다.
오히려 『신세대 기수론을 내세웠던 사람(정대철)이 어떻게 고문을 하겠느냐』(김상현),『김 전 최고가 고문으로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하면 시끄러워 회의가 안된다』(정대철)는 농을 주고받는 여유까지 보이기도 했다.
그러나 비주류측의 이같은 움직임은 당내외에 얼마만큼 공감을 얻을지는 미지수.
주류측은 민주당이 이제 겨우 김 대통령의 개혁돌풍에서 비켜나갈 국면을 맞고 있는 시점에서 비주류가 공세를 펴는 것은 당내 파벌싸움이라는 인상을 국민들에게 줄 가능성이 있다고 비난하고 있다.<최훈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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