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르크화 위기/독일이후 경제악화가 부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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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대엔환율 작년이후 30%이상 떨어져/재정적자 눈덩이… 실업·물가고 허덕/전문가 “중간산업국으로 전락” 경고
독일 마르크화가 흔들리고 있다. 그동안 세계에서 가장 안정된 통화로 간주돼 현재 사실상 유럽의 기축통화가 되고있는 마르크화 신화가 서서히 붕괴되고 있는 것이다. 마르크화는 현재 주요 외국통화에 대해 지속적인 약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해 8월 1마르크에 1.45달러이던 마르크대 덜러의 환율은 현재 1대 1.63으로 12% 평가절하됐고,일본 엔화에 대해선 같은기간중 무려 30%이상 평가절하됐다. 최근 들어선 프랑스 프랑화나 영국 파운드화에 대해서도 약세를 보이기 시작하고 있다.
이처럼 마르크화가 약세를 보이고 있는 가운데 지난 9일 영국 더 타임스지에 세계적인 환투기꾼인 조지 소로스가 『이제 때는 늦었다. 분데스방크도 곧 손을 들 것이다. 마르크화가 모든 주요 통화에 대해 더욱 약세를 보일 것』이라고 기고,마르크화의 약세를 부추기고 있다.
지난해 9월 유럽 통화위기때 환투기로 10억달러 이상을 벌어들인 그의 분석인만큼 국제외환시장에 미친 파급효과가 크다. 그는 나아가 「경화 마르크」의 시대는 종말이 임박했고 독일은 중간 산업국 수준으로 전락할 위기에 처해있다고 분석했다.
이같이 진단하는 사람은 소로스뿐 아니다. 세계 최대의 외환거래은행중 하나인 미국 시티뱅크는 『앞으로 9개월이내 시장상황에 변동이 없으면 마르크화의 파국이 올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고,영국의 이코노미스트지도 『마르크의 약화가 시작됐다』고 분석하고 있다.
마르크화가 이처럼 약세를 보이고 있는 것은 통일이후 악화되고 있는 독일의 경제사정 때문이다.
통일이후 독일 재정적자가 55% 늘어 정부와 공공부문의 재정적자 누계는 1조3천억마르크를 넘고 있고,실업자는 2배로 늘어 현재 3백50만명에 육박하고 있다. 90년 2.7%이던 물가상승도 현재 4.3%로 선진공업국중 비교적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고,1인당 생산량은 통일전에 비해 15% 줄었다. 이 때문에 자본수출국이던 독일은 지난해부터 자본수입국으로 전락했으며 지난해 4백40억마르크였던 자본수입액의 규모가 올해는 더욱 커질 전망이다.
헬무트 콜 총리는 14일 올연말께 경기가 다시 상승곡선을 그릴 것으로 「희망」하고 있지만,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등 권위있는 기관의 전망은 여전히 어둡다.
독일의 경제사정이 이러니 외환시세를 좌지우지하는 환거래인들이 마르크화를 기피하는 것은 당연할지도 모른다. 현재 전세계적으로 하루에 거래되는 외환규모는 약 9천8백억달러로 이 거래는 순식간에 이뤄진다. 만약 외환시장에서 마르크화의 투매가 시작되면 분데스방크 등 중앙은행들이 개입해도 소용이 없다. 이런 상황에서 환투기꾼들이 마르크화 기피움직임을 노골적으로 보이고 있어 심각성을 더해주고 있다.
이와함께 투자알선 업체들도 마르크화 이외의 통화를 권유,마르크화의 약화를 부채질하고 있다. 독일의 투자정부지 플라토 브리프는 환리스크를 예방하기 위해 달러화나 금에 투자하라고 권유하고 있고,뒤셀도르프의 바르부르크은행은 스위스 프랑화나 엔화에 투자하라고 충고하고 있다.
한편 마르크화 약세가 계속되고 있는 가운데 그간 불안정한 통화로 인식돼오던 프랑스 프랑화가 마르크화를 대체할 안정된 통화로 부상하고 있다.<베를린=유재식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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