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공급도 시장기능으로(사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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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주택정책을 다루기 어려운 까닭은 그것이 갖고 있는 불균형성 때문이다. 지역간에 균형잡힌 성장발전 전략이 세워지지 않아 수도권으로 인구가 몰리고 이에따른 소득계층간의 주거문제가 정치·사회적 부담이 되어 왔다. 그래도 서울 근처에 직장을 갖고 있어야 집 한칸이라도 마련할 수 있지 않겠느냐 하는 인식이 일반화됐다. 이로인해 주택문제는 다시 지역문제를 발생시키고,같은 지역 안에서도 주택의 점유형태를 둘러싼 갈등이 끊이지 않고 있다.
정부가 발표한 신경제 5개년계획의 주택부문안도 이러한 문제를 근본적으로 풀어가는데는 크게 미흡해 보인다. 정부는 올해 완료되는 분당·일산 등 5개 신도시 개발에 뒤이어 97년까지 전국적으로 매년 55만∼60만가구의 주택을 짓고 서울에서 대중교통으로 한시간 거리 이내인 수도권에 최고 10만명 정도를 수용할 수 있는 신도시 2∼3개를 건설한다는 계획이다.
6공화국이 추진했던 5개 신도시 개발계획의 숱한 문제점들이 아직도 꼬여 있는 판에 새 정부가 수도권에 또 다시 신도시를 짓겠다는거냐 하는 미심쩍은 반응이 나오고 있는 것은 여타 정책과의 연계성이나 종합성이 드러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5개 신도시 건설정책은 비록 주택의 대량공급에 성공했다는 자평을 할수 있을지 몰라도 건자재 가격 및 노임의 급등,부실공사 등이 가져온 경제적 충격이 성장의 기반을 약화시켰다는 점을 도외시할 수 없다. 따라서 새 정부의 주택 5개년 계획안은 과거의 신도시 정책이 몰고온 수도권의 교통 체증현상과 이로인한 국민들의 불만을 어떻게 해소할 것인지에 관한 대책도 함께 담았어야 했다. 전 산업의 물류시스팀을 원활히 하는 교통 및 관련대책도 결코 소홀히 할 수 없는 일이다. 주택문제를 건설부 단독으로 풀어갈 수 있는 방법이란 없다고 봐야 한다.
수도권의 주택 보급 확대는 대량 공급을 통한 주택가격의 안정을 겨냥하고 있다. 그러나 정부가 역점을 두고 있는 지역 균형 발전 전략이 별 효과를 거두지 못한 상태에서 인구의 서울 집중으로 인한 제반 사회적인 문제는 더욱 눈덩이처럼 커질 우려가 있다. 한정된 국가자원의 효율적인 배분으로 지방산업을 육성하고 인구 및 가구의 지역적 분포 변화를 적극적으로 유도하는 종합계획이 검토돼야 한다.
정부는 주택거래를 둘러싼 투지적 가수요를 억제하고 실수요자 위주의 공급을 원활히 하기 위해 이제 시장기능을 통해 문제를 풀어나가도록 해야 한다. 현재의 공급체계와 분양제도는 한계가 드러났다. 주택가격이 안정된 시점을 골라 단게적으로 지역별 분양가 자율화조치를 취해야 한다. 주택 임대시장을 활성화하는 방안으로 소액 투자자의 투자 유인책은 바람직한 일이다. 여유있는 사람들이 집을 지어 내놓는 임대업을 투기를 몰아붙이는 시각도 고쳐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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