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현목기자의뮤직@뮤직] ‘로커’ 김종서 vs ‘신인 개그맨’ 김종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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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1면

  요즘 TV를 보면 각종 예능 프로그램에서 맹활약하고 있는 ‘신인(?)’ 연예인이 있다.

 가수 김종서(42·사진)다. 나이 어린 시청자들은 그를 가수가 아닌 신인 개그맨으로 오해할지도 모를 일이다. 어떤 이들은 그의 토크가 재치 있다며 그가 밀고 있는 유행어 ‘오케이?’를 따라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기자는 오히려 서글픔을 느낀다. 다른 가수들과 음악 관계자들도 비슷한 생각이란다. 김종서가 누구인가. 국내 록 보컬의 대들보다. 서태지 등과 함께 1990년대 대중음악의 전성기를 이끈 영웅 중 한 명이다. 그런 이미지와 지금 TV에 비치는 그의 모습은 너무나 간극이 크다. TV가 그런 간극을 놓칠 리 없다. 그가 프로그램에서 ‘굴욕’을 당하는 장면에는 어김없이 다음과 같은 자막이 뜬다. ‘록의 전설(傳說) 김종서…’ 그를 희화화하는 이런 자막을 보며 서글픔은 극대화된다.

 가수가 음악 외의 다른 영역으로 나가면 안 된다는 법은 없다. 새로운 영역에 진출해 대중에게 더 친근하게 다가갈 수도 있다. 가수 김창완의 경우가 그렇다. 그는 독특한 캐릭터 연기로 음악 외에 자기만의 영역을 구축했다. 하지만 김종서의 어설픈 연예인 따라하기는 그와는 거리가 멀다. 대중음악 평론가 임진모씨는 “지금 김종서의 모습은 숨겨진 재능을 보여준다기보다는 어려워진 음악계에서 어떻게든 살아남으려고 몸부림치는 것으로 비쳐 서글프다”고 말했다.

 록 음악 평론가 조성진씨는 “김종서는 중견 보컬리스트로서 끊임없는 자기계발의 모습과 진화된 보컬을 들려줘 후배들에게 모범을 보여야 하는데 요즘 연예인 역할에 비중을 두는 것 같다”며 안타까워했다.

 기자는 고교 시절 시나위의 ‘새가 되어 가리’를 통해 그의 보컬을 처음 접했다. 당시 받았던 충격은 아직도 잊지 못한다. 20대 중반 그의 노래 ‘지금은 알 수 없어’를 들으며 실연의 아픔을 극복하기도 했다. 숱한 그의 히트곡은 그의 경이로운 보컬과 함께 국민적 감성으로 자리 잡았다. 김종서의 ‘변신’을 보며 그런 감성과 추억이 훼손되는 것을 느끼는 것은 기자만은 아닐 것이다.

 그의 데뷔 20주년 기념앨범의 타이틀은 ‘명작(名作)’이다. 그가 국내 보컬계의 진정한 ‘명작’으로 거듭날 수 있는 마당은 음악이다. 공허한 토크가 난무하는 예능 프로그램이 아니다.

정현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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